이수동. 그는 10년 이상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가다. 올해 한국국제아트페어에 작품 가격을 호당 50만원으로 인상했지만 개막 전날 이미 전시된 작품 대부분에 '빨간 딱지'가 붙었다.
'이수동 화풍'은 이미 하나의 아이콘이 되어 인터넷 블로그에 이미지가 넘쳐나고, 기업들이 싣고 싶어하는 달력 그림 1순위다. 13일까지 봉산미술제 기간에 맞춰 송아당화랑(053-425-6700) 개관 30주년 기념전을 열고 있는 작가 이수동을 만났다.
"모든 사람이 피 흘리고 고통받는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을까요. 저는 행복한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의 그림은 행복하다. 헤어졌던 연인이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나고, 자작나무 숲에서 서로를 맞이한다. 아내와 딸을 위해 눈밭 위에 붉은 양탄자를 깔고 있는 남자도 있다. 하나같이 미소를 머금게 하는 그림들이다.
사람들은 '왜 뽀송뽀송한 그림만 그리냐', '왜 변화가 없나'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는 이런 비판에 대해 초연하다. "그림 잘 파는 게 예술이냐는 질문은 너무 진부한 이야기죠. 중요한 건 그림에 얼마나 열심히 전념하는가 입니다."
그는 화풍의 변화가 없다는 말에 발끈했다. 10년 전 그림과 지금 그림에는 엄청난 변화가 있다는 것. 많이 그리면 바뀌게 되고, 실제로 그의 그림도 많이 바뀌었다. 이제 '변해야 한다'는 강박은 버렸다. "피카소는 평생 3만점을 그렸다는데, 화풍의 변화는 서너 번에 불과했어요. 저도 꾸준히 수백 수천장을 그리다 보면 자연히 조금씩 바뀌어 있겠죠."
그는 소위 '잘 나가는 화가'지만 아직 차가 없다. 요즘 성공한 젊은 화가들이 수순처럼 갖는 '차, 골프, 룸살롱' 문화와 철저히 거리를 둔다. 자기 관리가 엄격한 그이기에 오랫동안 사랑받는 지도 모른다. 그는 송아당화랑의 전속작가로 18년 동안 인연을 맺어왔다. 미술계에서 잘 팔리는 화가가 화랑과 오랜 인연을 맺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직접 작품을 판매하는 경우는 없으며 그의 작품을 사려면 6개월이든 1년이든 전시가 열릴 때를 기다려야 한다. 한 해 100점 이상을 그려내는 성실함도 보태졌다.
이런 노력과 함께 그의 작품에는 '이야기'가 있다.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그림들은 시대의 흐름과 부합했고, 여전히 '가장 잘 팔리는 작품'으로 꼽힌다.
그는 최근 인물 그림을 많이 그린다. 작품 '우리 회사 회식자리'에는 현대인의 다양한 얼굴이 담겨 있다. 인물에 붙은 제목 '계산은 제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미스 김, 힘든 거 없어?', '편하게들 마시게'는 술자리의 웅성거림을 듣는 듯하다. 철저한 관찰을 바탕으로 힘을 빼고 편안하게 그린 인물들은 우리들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림은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랫동안 쌓인 작가의 삶이 응축돼 손으로 나오는 겁니다." 요즘 젊은 작가들에게 던지는 그의 화두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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