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인사] "등산장비 비싸지만 기능성 뛰어나"…'사레와' 오선동 대표

"등산은… 경쟁과 승부가 없는 스포츠여서 좋아합니다. 승부를 즐기는 편이지만 산이 주는 푸근함과 포용력 앞에서는 그냥 자연인으로 돌아가서 산에 오르는 것을 즐기게 되지요."

산 꽤나 타봤다면 누구나 알고 있을 독수리 마크. 고객 충성도가 높다고 소문 난 전통 알파인 브랜드 '사레와'(SALEWA)의 오선동(50) 대표는 "사레와는 워낙 오래된 브랜드라 1970년대쯤부터 산을 탄 많은 분들이 여전한 단골고객으로 애용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가 등산 장비에 빠진 이유부터 물었다. "대학을 졸업했을 때 우리나라는 성장 일변도에 있었어요. 모두가 '빨리빨리'를 외치며 뛰었지요. 그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 조금 있으면 쉬어가겠구나. 모두가 이렇게 빨리 뛰니 곧 레저로 쏠리겠구나."

그때 그는 산을 올려다봤다. 워낙 산을 좋아해 안 타 본 산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을 전전하며 바느질부터 배웠다. 등산장비로 좋은 천을 직접 만지기도 했다. 밑바닥부터 두루 훑어 자신만의 고유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꿈이었다. "브랜드는 만들었는데 큰 재미는 못 봤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스포츠사업에 투자했고 해외 유명 브랜드의 라이선스를 따내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죠."

오 대표는 1990년대 초반 아웃도어 업체인 '메이데이'를 설립했다. 이후 독일의 아웃도어 회사 사레와와 함께 합작사 사레와코리아를 설립했다. 2001년 5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현재는 50여 명이 근무한다. 매출도 300억 수준으로 올랐고, 다른 나라의 합작사와는 달리 우리 신체에 맞게 직접 생산하고 있다.

"솔직히 우리나라 산은 그리 높지 않죠. 꼬마가 운동화를 신고 오르고, 누구는 하이힐도 신고, 누구는 고무신을 신고 오르기도 합니다. 그래도 오를 수 있는 게 우리 산이에요. 하지만 등산장비의 중요성은 위험 상황이 닥쳤을 때 불쑥 나타나죠. 제대로 갖췄느냐가 생명을 좌우합니다."

산악인 엄홍길 씨가 지적한 대로 등산 의류나 장비가 지나치게 비싸지 않냐고 물었더니 "우리 제품도 비싼 편"이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등산 장비는 그만큼 기능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브랜드 로열티 때문에 비싸다는 오해가 있지만 무엇보다 기능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고가라는 뜻이었다.

그는 경북 북부지역에 승마체험장을 준비 중이다. 경북을 찾는 관광객에서부터 지역에 살고 있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승마장'이 콘셉이다. 자신도 승마 선수로, 지난해까지 각종 경기를 뛰었고 상을 휩쓸었다.

"어느 날 고향에서 후배들에게 뭔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게 됐습니다.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고향에서 필요로 하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 승마장을 떠올렸지요. 승마는 고급 스포츠라는 이미지를 깨고 싶습니다. 등산도 좋지만 승마도 무척 좋은 운동이거든요."

오 대표는 울진 출신으로 울진 죽변초교, 심인중, 능인고, 국민대를 졸업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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