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철칼럼-지방도 잘 살 수 있다(25)] 경상북도 폐지해야 하나

2005년 국회는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여 지방행정체제의 전면적인 개편을 시도하였다. 현행 지방행정체제의 근간은 대한제국 시절인 1896년 13개 도 단위로 개편된 것으로서, 그 후 100년 이상이 지났고 교통과 통신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더 이상 맞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리하여 특위가 여야 합의로 구성한 개편안의 골자는 도(道)단위의 광역자치단체를 폐지하고 전국을 인구 70만명 수준의 60~70개의 통합시로 개편하는 것이었다. 현재의 광역과 기초로 나누어진 중층제 지방행정체제를 단층제(통합시)로 바꾸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고 국정운영의 통합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앙정부의 지방 관리(통제)를 용이하게 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특위의 개편방안은 학계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많은 반대에 부딪혀 추진이 어렵게 되었고, 결국 국회는 최근(2010년 9월 16일) '지방행정체제개편 추진위원회'라는 민관협의체 설치를 골자로 하는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켜 '공'을 정부로 넘겨버렸다.

오늘날 선진국들은 광역경제권과 지방분권 차원에서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기본원칙은 지역경쟁력 제고를 위한 '효율성'과, 공동체 형성 및 주민접근성 제고를 위한 '민주성' 두 가지이다. 일반적으로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 관점에서 행정구역의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고, 민주성 제고를 위해서는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

효율성과 민주성이라는 서로 상충되는 2가지 원칙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선진국들은 중층제 틀을 유지하되, 광역자치단체는 규모를 넓히고, 기초자치단체는 작은 규모를 유지하여 민주성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은 광역자치단체의 규모 확대를 위해 인구 1천만 명 정도의 9~13개 도주제(道州制) 도입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 중이며, 홋카이도를 시범지역으로 삼아 실험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독일은 16개 주를 6~9개 주(州)로 통폐합하는 방안이 제시되었고, 프랑스는 현행 22개의 광역도를 15개 대지역으로 통합하는 개혁안이 제출되었다. 영국은 이미 통합형 자치단체인 통합관리청(Unitary Authority)을 운영 중이다. 이와 같이 선진국들이 중층제의 지방행정체제를 유지하면서, 광역자치단체의 규모를 늘리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도(道)를 폐지하고 단층제로 가겠다는 이유를 납득할 수가 없다.

나무가 잘 자라서 거목이 되기 위해서는 땅 밑에 있는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 정부로 말하자면 지방정부(광역'기초)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반이라는 점에서 나무의 뿌리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과정을 거치면서 중앙정부는 커지고 강해졌지만, 지방정부는 스스로의 자치역량을 강화시키기보다는 중앙의 통치목적대로 집행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그 결과 나라 전체는 경제적으로 많이 풍요해졌지만, 중앙정부가 있는 수도권은 넘쳐날 정도로 비대해진 반면 지방과의 격차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농촌은 노인만 사는 동네로 전락한 지 오래고, 중소도시는 교육'의료'문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중증장애도시가 되어가고 있으며, 이제는 지방 대도시(부산'대구'광주)마저 힘을 잃어 휘청거리고 있다. 또한 개발연대를 거치면서 지방의 역사문화적 전통은 크게 훼손되었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역공동체(마을'동네)는 와해되어 지방의 존립기반이 위태로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역사적으로 하나였던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의 행정적 분리 30년의 결과는 어떠한가? 시'도간 불필요한 경쟁과 각종 비효율로 경제는 활력을 잃어가고, 때로는 심각한 갈등까지 생겨나곤 한다. 국회 특위의 의도대로 경상북도가 폐지되고 인구 70만 명 단위의 4, 5개의 통합시로 재구성될 경우, 과연 대구와 인근의 통합시가 싸우지 않고 상생의 발전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100년 전보다 오늘날은 교통'통신이 엄청 발달했으니, 차라리 잘못 분리된 대구와 경북을 다시금 통합하여 정상화 시키고, 앞으로 다가 올 통일시대에는 경상도 전체를 하나의 행정단위로 광역화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고 바람직할 듯싶다.

지방행정체제 개편 작업의 '공'은 이제 국회에서 정부로 넘어왔다. 누가 중심이 되던, 추세에도 맞지 않고 효과도 의심스러운 통합시로의 지방행정체제개편 시도는 대한민국의 선진화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홍철(대구경북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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