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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산책] 오만한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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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점심을 먹던 친구가 내 입가에 묻은 김 조각을 떼 주었다. 이럴 경우 나는 참 멋쩍다. 내 얼굴에서 일어난 일을 나만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조각이 붙어 있어도 거울을 보지 않는 이상 나는 알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나는 나를 가장 잘 안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다.

내 몸은 내가 볼 수 있는 곳과 볼 수 없는 곳으로 구분된다. 손과 발, 배꼽과 정강이는 볼 수 있지만 등과 귀와 입술은 거울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 거울 속 나를 보면서 아, 내가 이렇게 생겼구나. 살이 쪘구나, 말랐구나, 관찰한다. 관찰해서 이미지화시킨 것이 내가 알고 있는 나의 모습이다. 만약에 거울이 없었다면 나는 내 얼굴을 잃어 버려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얼굴과 등을 거울에 비쳐 보듯이 마음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거울에도 비치지 않는 마음, 말랑한지 딱딱한지 알 수가 없다. 모양도 시시각각 변한다. 길쭉한 것 같아 보면 동그랗고 동그라미네, 하고 보면 타원형이다.

이것의 특성은 보거나 만져볼 수 없다는 거다. 대신 느낄 수는 있다. 그래서인지 다루기가 힘들다. 형체가 없으니 변덕도 심하고 상처도 잘 받는다. 강한 것 같지만 허물어지는 것 또한 잠깐이다. 행복 전도사 최윤희 씨의 자살 소식을 접한 순간 이것이 가진 특성의 한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파하고 다녔다. 그녀가 행복 그거 얼마냐고 할 때 행복이 참 가벼워 보였다. 그까짓 거 싶었다. 그 대수롭지 않은 것 때문에 우울해하거나 절망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마음먹기에 따라 1만원만 주면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빛이 없는 깊이에 빠져보지 않은 사람은 깊이에 대한 두려움이 적다. 벼랑에서 떨어져 본 사람만이 벼랑이 주는 공포를 이해할 수 있다. 그녀는 '홍반성 루푸스(lupus)'라는 만성질환을 앓아왔다. 그 병은 몸이 자기 면역 세포의 공격을 받는 것이다. 그 때문에 그녀는 700가지의 통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 상황에서 행복 그거 얼마냐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그녀가 행복 전도사였던 만큼 지옥과도 같은 통증과 끝까지 싸우면서 "행복 그거 얼마예요?"라고 했더라면 행복의 가치가 지금보다 훨씬 더 값진 것이 되지 않았을까. 희망과 절망은 일란성 쌍둥이와 같다고 그녀가 말했었다. 희망이 아닌 절망 쪽으로 고개를 돌린 그녀의 선택이 아쉽다. 임수진(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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