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 우롱하는 비위 경찰관 대거 복직 사태

성폭행과 성매수, 뇌물 수수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 파면'해임된 비위 경찰관들이 대거 복직된 것으로 국감 자료에서 드러났다. 경찰청의 '징계 경찰 공무원 재임용 현황'에 따르면 2006년 이후 각종 비위 행위로 파면되거나 해임된 경찰 공무원 927명 중 296명이 복직돼 다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국민들은 의아할 따름이다.

이처럼 비위 경찰관들의 무분별한 복직을 부추기는 원인이 바로 허술한 제도에 있다고 한다. 공무원이 파면'해임 등 중징계를 받아도 행정안전부의 소청심사만 통과하면 다시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청심사제는 공직자가 부당한 인사상 불이익 처분을 받았을 때 이를 구제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이런 취지의 제도가 비위 공무원들의 복직에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다방 여종업원을 성폭행해 파면된 대구의 한 간부 경찰관이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는 이유로 복직됐다면 누가 이를 좋은 제도라고 말하겠나.

직무상 단순 실수나 경미한 규율 위반 정도라면 몰라도 강간'성매수'뇌물 수수 등 공직자로서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을 저지르고도 슬그머니 복직된다면 이는 국민과 공직을 우롱하는 일이다. 순간의 실수로 공직자의 명예를 떨어뜨린 사람에게 정상을 참작해 다시 한 번 일할 기회를 주는 것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강간이나 뇌물 수수처럼 그 정도가 공무원으로서 허용되는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공직은 누구보다도 엄격한 도덕성과 자기 관리를 요구받는 자리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마땅히 응분의 대가를 치르는 게 세상 이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경찰 공무원들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까딱없으니 이건 아예 법도 상식도 없다. 당장 소청심사제도를 고쳐서라도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국민 세금이 이런 비위 공무원들을 보호하는 데 쓰인다면 이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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