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경쟁력이 가장 떨어지는 남자는 경상도, 그 중에서도 대구의 40, 50대라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평소 가사를 거의 돕지 않을 정도로 권위적인 성격 탓에 혼자서는 끼니조차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가부장적 권위의 화신'이었던 경상도 40, 50대 남자들이 최근 달라지고 있다.
바깥으로만 돌던 이들이 가정적인 가장으로 변신해 2차, 3차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즐기던 술자리도 1차로 끝내고 귀가하기 일쑤다. 부부 동반 모임조차 혼자 참석하다가 언제부턴가 반드시 부인을 동반하고 친구끼리 모이는 자리에도 태연히 데려오는 '팔불출'도 속출하고 있다. 노년에 믿고 의지할 대상은 배우자뿐이라는 위기의식이 경상도 남자에게도 주입된 결과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브루스 헤디 교수팀은 25년 동안 6만 명을 대상으로 삶의 만족도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행복 지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배우자 ▷가족 ▷타인을 아끼는 마음 ▷종교 활동 등이었다. 배우자가 신경질적인 성격일수록 행복도가 높아지기 어려웠고 남을 아끼고 배려하는 행동을 자주 하는 사람은 삶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한다.
최근 '행복 전도사'로 불린 작가 겸 방송인이 병마와 싸우다 남편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삶을 포기하게 한 작가의 병마는 루푸스(전신 홍반성 난창). 외부의 질병으로부터 신체를 방어하는 면역계가 이상을 일으켜 오히려 자신의 신체를 공격하는 병이다. 전신에서 염증 반응이 일어나며 개인마다 증세와 치료법이 달라 '천의 얼굴을 가진 병'이라고 한다.
경위야 어찌 됐건 20여 권에 이르는 저서를 통해 줄곧 희망과 행복을 얘기한 작가가 자살로 생을 마감해 그 충격의 파장은 한동안 지속될 듯하다. 작가는 "어떤 비참한 역경 속에서도 희망의 비상구는 반드시 있다"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병마와 싸우다 지쳐 부부가 동반 자살을 선택했다.
자살은 종교적 신념 여부를 떠나 결코 미화될 수 없다. 그러나 급속한 고령화와 더불어 노인 자살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작가 부부의 동반 자살이 '베르테르 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노작가 부부의 동반 자살로 백년해로의 약속 대신 먼저 죽으면 뒤따라 죽을 수 있느냐는 아내들의 채근과 지청구에 시달릴 남편들, 특히 대구 남자들이 걱정된다.
조영창 논설위원 cyc58@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