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화점 매장 禁男禁女 법칙 무너진다

유통가에서 여성복 매장에서 근무하는 남성 직원, 구두 매장에 근무하는 여성 직원 등
유통가에서 여성복 매장에서 근무하는 남성 직원, 구두 매장에 근무하는 여성 직원 등 '금남금녀'(禁男禁女)의 법칙이 깨지고 있다. 한쪽 성별에만 치우친 서비스보다는 남성과 여성 고객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틈새 전략이다. 롯데아울렛 율하점 제공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계에는 우리가 모르는 일정한 규칙들이 숨어 있다. 매장 안에 창문과 시계를 없애 쇼핑객이 시간적 제약을 받지 않도록 하고, 매장에 손님이 많을 경우 템포가 빠른 음악을 틀어주고 손님이 많지 않을 때는 템포가 느린 음악을 틀기도 하는 등의 방법이다. 매장 직원들의 근무에도 일정한 규칙이 있다. 여성복 매장에는 남성 직원이 없고, 구두 매장에서는 여성 직원을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금남금녀'(禁男禁女)의 법칙이 깨지고 있다.

◆여성복 매장에 남성 직원

롯데아울렛 율하점 '나이스클랍'은 개점 때부터 고객뿐 아니라 동료사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매장이다. 금기처럼 여겨졌던 여성복 전문매장에 남성 직원이 근무하고 있기 때문인 것.

그 금남의 벽을 넘어선 주인공은 바로 황성용(33) 씨. 그는 지역 롯데백화점과 아울렛을 통틀어 여성복 전문 매장에서 근무하는 유일한 남성 직원이다. 그 역시 이전에는 일반 캐주얼 브랜드에서 근무했지만 지인의 권유를 받아들여 여성복 매장에 도전했다고 한다. 황 씨는 "처음 여성복 매장에서 근무를 해보라는 것에 망설였지만, 지금은 매장과 상품에 익숙해져 근무하는 데 어려움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여성 고객들도 처음에는 남성 직원의 응대를 부담스러워하다가도 상품에 대해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면서 좀 더 편안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특히 남자친구에게 선보일 옷을 고르는 젊은 여성들의 경우에는 자신의 추천을 적극 참고하기도 할 정도라는 것. 그는 "여성들이 어떤 스타일과 색깔의 옷을 입는 것을 좋아하는지를 남성의 시선을 통해 따져보고 구매할 수 있어 오히려 장점이라고 좋아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했다.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도 남성 직원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롯데백화점 대구점 화장품 매장의 경우 바비브라운, 키엘, 에스티로더 등 세 곳 매장에서 남성이 근무하고 있다. 금남의 벽을 깨면서 이들 화장품 매장의 매출은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 피혁 브랜드에도 남성 직원

여성 핸드백·지갑 등을 판매하는 피혁 브랜드 역시 남성 직원을 찾아보기 힘든 금남의 구역으로 분류됐지만 최근 들어 남성 직원이 늘고 있다.

롯데아울렛 율하점 메트로시티 박지수(24) 씨는 유난히 잘생긴 외모로 방문하는 여성고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는 "매일같이 방문해 선물 공세를 하는 고객도 있고, 추가 구매를 의도적으로 말하면서 환심을 사려는 고객도 있다"고 털어놨다.

메트로시티 숍매니저는 "부인이나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남성들의 경우에는 남성 직원이 있다는 사실에 좀 더 편안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어 좋아하기도 한다"며 "여성에게만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남녀 고객 모두에게 반응이 좋다"고 했다.

MCM의 송해옥(23) 씨는 매장의 복덩어리로 꼽힐 정도다. 지난달 6일부터 근무 이후 매출이 무려 20%나 신장한 것. 매장 관계자는 "남성 직원의 매출 및 서비스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 채용을 결정했지만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금녀의 구역에 도전

구두 매장은 대부분 남성 직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전형적인 금녀의 구역이다. 그렇다 보니 구두 전문 브랜드 미소페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수정(28) 씨는 구두 매장에서는 유일한 홍일점. 김 씨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 역시 기대 이상이다. 젊은 남성의 경우에는 여성 직원이 추천하는 디자인을 믿고 구매할 수 있어 좋다는 것. 또 여성들의 경우에는 남성이 신발을 신겨주는 것보다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충분히 시간을 두고 구두를 고를 수 있고, 같은 여성의 마음을 헤아려 기능성과 디자인을 감안해 구두를 추천하기 때문에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미소페 숍매니저는 "남성 종업원 위주의 매장에 비해 손님들의 반응이 좋다"고 밝혔다.

이처럼 각 매장이 금남금녀의 벽을 앞다퉈 깨고 있는 것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틈새를 공략하는 전략의 하나이다. 롯데아울렛 율하점 이진일 파트리더는 "최근 들어 남녀의 교차 근무 형태가 눈에 띄는 것은 새로운 서비스 시도로 한쪽 성별에만 치우친 매출을 방지하고 남성과 여성 고객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 같다"며 "앞으로 이러한 현상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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