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세계대전 중 에드워드 손다이크라는 미국의 심리학자가 전장에서 흥미로운 조사를 했다.
그는 장교들에게 부하 병사들을 평가하라고 했다. 그런데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모든 장교들이 일치되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잘생긴 병사는 모든 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고, 반면에 다른 병사들은 모든 항목에서 평균 이하로 평가된 것이다. 장교들은 미남에 호감이 가는 병사가 사격도 잘하고, 총기 관리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춘다고 생각한 것이다. 손다이크는 이를 '후광 효과'(The Halo Effect)라고 불렀다.
남성들은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이 대부분 지적이고 관대하고 여성스럽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 개봉된 '심야의 FM'을 보면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 하나가 얼마나 많은 상상을 하게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여기서 목소리는 또 하나의 '후광 효과'일 것이다.
1996년 마이클 레만 감독의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이라는 영화가 있다. 사진작가 브라이언(벤 채플린)은 자신의 개가 문제를 일으키자 한 라디오 DJ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녀는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이라는 토크쇼를 진행하는 성공적인 베테랑 우먼 에비 반즈(제니언 가로팔로). 그녀는 지적이고, 유머가 넘치고 바이올린도 잘 켠다. 그러나 키가 작고 못생긴 것이 자신의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브라이언은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에비와 만날 약속을 한다. "당신은 어떻게 생겼나요?"라는 질문에 당황한 에비는 순간적으로 옆집에 사는 노엘(우마 서먼)의 생김새를 말해 버린다. 노엘은 금발 머리에 키가 큰 매력적인 외모의 소유자다. 그러나 그녀는 연애만 잘할 뿐 지적이거나 친절하지도 않은 백치미의 여성이다.
브라이언은 에비를 찾아 방송국으로 찾아오고 놀란 에비는 마침 놀러왔던 노엘에게 자신의 역할을 부탁하면서 좌충우돌 코믹한 상황이 이어진다. 영화는 결국 금발 미녀 노엘보다는 자신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애완동물에 대한 부드러운 애정과 지식을 공유하는 에비와 사랑을 맺는 것으로 끝이 난다. 처음 '후광 효과'에 넋이 나갔던 남자가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긍정적인 결말이다.
일상생활에서 후광 효과의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범죄를 저질러도 매력적인 여성일수록 형량이 적게 나오고, 동물들도 매력적인 외모의 사람에게 더 끌린다고 한다. 비단 외모뿐 아니다. 면접자가 가진 취업 지원자 정보에서도 학교와 최종학력 등에 따라 그 사람의 미확인된 리더십까지 판단해 버린다. 더 큰 '후광효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빛을 발하는 것일 터인데, 순간적인 찰나에 목을 매는 것은 아닐까.
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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