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한 팀도 만들지 못하는 초미니 학교지만 깔보지 마세요. 우리에게는 좋은 선배님들이 있어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전교생이래야 16명이 고작인 고령군 성산면 박곡초등학교(교장 황해경) 전교생·학부모·교사 등 30명은 14일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수학여행은 폐교 위기에 놓인 모교를 살리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학교지원에 나서고 있는 총동창회(회장 이규길)가 700만원의 경비를 지원해 마련한 것.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타고 가는 제주도 수학여행을 앞두고 아이들은 들뜬 마음으로 여행코스를 미리 둘러보기 위해 인터넷검색을 하느라 수많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기도 했다. 제주도에 도착한 아이들은 만장굴-성산일출봉-섭지코지-조롱말 타기-주상절리-올레길 걷기-용두암-수목원-제주자연사박물관 등 제주도 세계자연유산 답사하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학부모 최귀옥 씨는 "아들 종민(4년)이의 성격이 소심해 시골학교가 좋겠다고 생각해 여러 곳을 수소문해 2년 전 대구 황금동에서 이곳으로 전학시켰는데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다"며 "소규모 학교는 협동심 결여 등 단점도 있겠지만 장점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아 학부모 대부분이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이규길 동창회장은 "어떤 경우에도 모교가 폐교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동창회원 모두의 한결같은 소망이다"며 "폐교를 막기 위해 동창회원들이 학부모들을 만나 여론을 수렴,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지원사업을 펼 생각이며, 이번 수학여행도 그 일환으로 마련됐다"고 했다.
황해경 교장은 "이번 수학여행은 농촌 소규모 학생이 가질 수 있는 문화적 박탈감을 완화해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 모교사랑 정신을 일깨워 긍지와 존재감을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며 "그동안 부모와 함께할 시간이 부족했던 학생들이 학부모 교사들과 숙식과 여정을 함께하는 동안 친밀감과 인성을 회복하고 소통이 확대되는 계기가 되어 학교발전의 큰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고령·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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