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마라톤 코스만이라도 먼저 지중화하기를

한국전력이 전봇대 지중화 사업을 하면서 유독 대구에 인색한 것 같다. 지중화 사업은 지상에 노출된 전선과 전봇대를 땅 속에 묻는 사업이다. 얼기설기 엉킨 전선과 전봇대는 미관을 해치고 토지 이용도를 떨어뜨린다. 지중화는 거리에 전봇대를 없애 도시 미관이나 토지 이용의 효율성을 높인다. 그래서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지중화 사업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지중화 비용이다. 통상 지중화 비용은 전봇대 설치의 10배 수준이다. 지중화 사업비는 사안별로 다르지만 대략 한전과 지자체가 절반씩 부담하고 있다. '주택법'이나 '도시개발법' 등 법률에 따라 한전이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기도 하지만 내부 규정에 따라 비용을 부담하는 때도 있다. 국책 사업이나 공공 사업 등 공익적 성격의 사업에 대해 한전이 내부 결정을 통해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는 경우다.

대구의 전봇대 지중화율은 23%로 서울 54%, 대전 47%, 부산 33%, 광주 29%에 비해 훨씬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중화율이 낮다는 것은 대구의 도시 미관이 그만큼 다른 도시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뜻이다. '컬러풀 대구' 구호가 무색하다. 한전이 대구시에 내는 전봇대 도로 점용료는 1기당 평균 630원인 반면, 케이블 사업자 등 통신 사업자에게서 걷는 전봇대 임대료는 최고 1만 9천200원으로 32배에 달한다.

그러나 한전은 지난해부터 지중화 사업에 소극적이다. 연료비 급등으로 적자가 급증했다며 지자체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내년에 열리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마라톤 구간만이라도 지중화를 서둘러 주기 바란다. 국책 사업과 공익 사업의 경우 한전 내부 결정만으로 지중화 사업을 시행할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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