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조(不死鳥)는 원래 고대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상상의 신조(神鳥)로 '죽지 않는 새'라는 뜻을 지닌다. 아라비아 사막에 살며 500~600년마다 향기 나는 나뭇가지로 둥지를 틀고 그곳에 불을 붙여 스스로를 불태우며 그 재 속에서 재생한다는 전설상의 새인 불사조는 영원 불멸의 상징이다.
현대에는 '어떠한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이겨내는 사람'을 비유해서 이르는 말로 쓰이고 있다. 지하 700m의 갱도에 69일 동안 갇혀 있던 칠레 광부 33명을 무사히 구출해 낸 구조 캡슐의 이름 때문에 '불사조'란 말이 새삼 회자되고 있다.
특수 캡슐인 불사조가 동원된 광부 구조 작업으로 남미의 변방 국가인 칠레가 하룻밤 사이에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나라가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광부들의 구조 드라마는 칠레의 정신(soul)을 보여준 것'이라며 '국민 결속력을 다지고, 새롭게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칠레는 올 들어 전국을 휩쓴 규모 8.8의 강진과 쓰나미로 500여 명이 죽고 300억 달러가 넘는 재산 피해를 내는 커다란 재난을 잇따라 겪었다. 그런데 불사조의 광부 구조 작전으로 의기소침해진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칠레 축구협회가 불사조를 타고 돌아온 광부 33명에게 한국 여행을 제안했다는 보도를 했다. 광부들의 한국 여행이 실제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도 또 한번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게 될 것이다.
서울에 12년째 머물고 있는 영국의 앤드루 새먼(44) 더타임스지 서울특파원은 올해 초 6'25전쟁을 다룬 책 '마지막 한 발'(To The Last Round)을 펴내면서 "6'25를 딛고 일어선 한국이야말로 불사조"라고 했다. 거대 중국과 지구상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별난 종족인 일본과 이웃한 탓에 숱한 내우외환을 겪으면서도 오랜 세월 자주적인 역사와 문화 언어를 지켜온 한국이야말로 불사조에 다름 아니다.
사무엘 헌팅턴 미국 하버드대학 석좌교수는 '문명의 충돌'이라는 저서를 통해 한국이 그토록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정보화를 모두 이루어 낸 비결을 '발전 지향적 문화'에서 찾고 있다. 캡슐 불사조를 타고 생환한 칠레 광부들이 불사조의 나라를 찾는다면 이 또한 멋진 만남이 아닐까.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