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룩 후루룩. 모처럼 먹어보는 자장면 너무 맛있네."
17일 대구 북구 복현동 지체장애인 시설인 대구안식원 1층 식당. 원생 100여 명이 식탁에 둘러 앉아 금방 조리한 따끈따끈한 자장면을 먹으며 재잘거렸다.
무궁화봉사단 김천수(53) 단장을 비롯한 김정일 사무국장, 박덕락 재무담당, 김성동 남자부단장, 김영희 여성부단장 등 40여 명이 대구안식원을 찾아 자장면을 직접 조리해 지체장애 원생들에게 제공했다.
자장면 재료와 주방기구를 준비해 대구안식원에 도착한 봉사단은 밀가루 반죽을 하고 면을 뽑고, 자장을 볶는 등 원생들에게 제공할 사랑의 자장면을 만드느라 정성을 쏟았다. 식사가 시작되자 봉사단 회원들은 원생들 곁에서 기다란 면을 가위로 잘라주고, 젓가락질이 어려운 원생에게는 떠 먹여주는 등 식사도우미 역할도 했다.
식사가 끝난 후 봉사단은 레크리에이션도 준비했다. 2층 강당에 탕수육과 다과를 차려놓고 봉사자와 원생들이 함께 어울렸다. 흥겨운 밴드 반주에 맞춰 노래도 부르고 춤도 함께 추며 한마음이 됐다.
김 단장은 "대구안식원과 인연을 맺은 지 10년이 넘었어요. 해마다 두번 이상 방문해 자장면을 만들어주죠. 무엇보다 원생들이 이제 가족처럼 느껴져 안 보면 오히려 서운할 정도예요"라고 했다.
대구안식원에서 35년간 몸 담고 있는 김경배(59) 원장은 "원생들은 무궁화봉사단을 너무 좋아해 손꼽아 기다려요. 자장면 행사를 마치고 떠날 때에도 원생들은 마당에 모두 나와 포옹하며 아쉬워합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무궁화봉사단은 1999년 5월 김 단장이 주도해 회원 15명으로 설립됐다. 봉사활동 11년 째인 지금은 회원이 300여 명으로 불어났다. 회원들은 주부, 공무원, 학생에서부터 소규모 개입사업자도 많다.
경비는 회원들의 회비로 충당하고 매월 5천~3만원 씩 봉사단에 돈을 보내주는 '얼굴없는 천사'도 20여 명나 된다. 봉사단은 대구안식원, 고령 대창양로원, 대구 성보재활원, 갓바위 '붓다의 집'을 포함해 복지시설 20여 곳에 매달 한 번씩 방문해 자장면을 제공한다.
"봉사단 설립 초창기에는 복지시설 건물 보수도 많이 해줬어요. 우리 봉사단 회원들의 직업이 다양하잖아요. 파손된 유리나 새시도 갈아주고, 방충망과 벽지도 교체해주기도 했어요."
김 단장은 고령 대창양로원에 판넬 재료로 70㎡ 규모의 집을 지어준 게 가장 큰 기억으로 남는다고 했다. 지금은 복지시설이 현대화돼 보수공사보다는 정원 조경이나 풀 제거, 청소봉사를 주로 한다고 귀띔했다.
김 단장은 어린시절 아버지가 바깥일로 집을 비울때가 많아 할머니와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고 했다. 할머니와 외롭게 자라다 보니 사회에 나가면 그늘진 이웃을 돌봐야겠다는 마음이 싹텄다고 했다. 중학교 졸업 후 중국 음식점에서 일을 하게 된 김 단장은 1979년 대구 칠성동에 중국 음식점을 차렸고 대봉동에서 19년간 중국 음식점을 했다. 봉사단 설립 이전에도 홀몸노인, 소년소녀가장들을 가게로 초청해 식사를 자주 제공했다고 했다.
"복지시설을 찾아 원생들과 함께 즐겁게 하루를 보내는 시간이 너무 행복해요. 그들의 아픔이 나의 아픔 같기도 하고요."
11년째 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김 단장은 꿈이 하나 더 있다. 전 회원들의 바람이기도 하지만 무궁화봉사단 회원들이 운영하는 반듯한 사회복지시설을 하나 짓는 것. 그는 복지시설에서 원생들을 보살펴 주고, 자장면도 만들어 주는 것을 인생 최고의 행복으로 여기고 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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