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서울~동대구 구간이 완전 개통된 후 지역 의사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얘기다. 환자들에게 섣불리 암일지 모른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눈치를 채면 그 환자는 다음날 바로 서울로 가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확실한 조직 검사를 해보자며 개복 수술을 한 후 바로 종양 제거 수술까지 해버려야 수술비를 비롯한 병원비를 받을 수 있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였다.
경제적 측면에서 이런 현상을 '빨대 효과'라고 한다. 어디 의료뿐이겠는가. 교육 문화까지 수도권에 종속되는 현상이 깊어지고 있다. 국토 균형 발전론자들은 빨대 효과가 지역경제를 죽인다고 주장한다. 이번 국감에서 정수성 의원이 다시 빨대 효과에 대해 불을 지펴 관심을 끈다.
정 의원은 20일 대구시 국감에서 "동대구~부산이 30분 단축돼 대구는 서울에 이어 부산으로 쇼핑과 관광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대책을 촉구했다. 그는 18일 부산시 국감에서도 "KTX가 완전 개통되면 서울~부산이 22분 추가 단축돼 의료, 교육, 문화 분야에서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부산만의 강점인 해양 관광 인프라를 확충해 빨대 효과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19일 울산시 국감에서는 "서울~울산이 2시간으로 단축돼 울산이 빨대 효과의 최대 피해 지역이 될 것"이라며 "2004년 4월 KTX 1단계 개통 이후 6년간 대구가 경제와 의료, 관광, 쇼핑 등 전 분야에서 서울 집중 현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사례를 울산시는 참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대구 지역경제의 침체는 상당 부분 '빨대 효과'에 그 원인이 있다. 그렇다고 서울, 부산과 시간적인 거리를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앞서 얘기한 암 환자의 경우, 지역경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혜택을 보고 있는 셈이 아닌가.
오는 12월 거가대교 개통을 앞두고 거제도 주민들도 부산권으로의 쏠림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좋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 대도시를 찾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반면 관광객의 접근이 용이해져 거제도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을 자기 지역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의식은 버려야 한다. 대신 제각기 경쟁력을 가진 특색 있는 도시로 가꿔 나가야 한다. 어떤 도시로 가꿔 나갈 것인가, 그것은 순전히 대구시민의 몫이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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