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문화를 상징하는 건축물로 평가받는 대구시민회관이 건립 35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갔으나 정작 공연 및 전시, 행사 기록물이나 자료 등 문화사적 기록물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대구시민회관은 1975년 12월 개관, 내년 초부터 본격화되는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2013년이면 국제적인 클래식 전문 공연장으로 탈바꿈하게 되나 대구시시설관리공단이 위탁 관리를 하기(2000년) 전인 1975년부터 99년까지 20여 년 동안의 각종 공연과 행사와 관련된 자료, 시민회관과 관련된 행정 자료 등 기록물이 체계적으로 관리, 보관돼 있지 않은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결국 대구시가 대구시민회관이 대구 역사와 문화사의 중요한 건축물로 건물 자체에 대한 보존이 필요하다며 5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리모델링을 벌이면서도 그와 관련된 기록 자료는 대구시 등 어떠한 행정 기관에서도 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시설관리공단이 보관 관리하고 있는 2000년대 이후 자료들도 문서 자료만 남아 있어 공연 및 전시 등 자료들은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대구시시설관리공단 측은 기록물 관리와 관련, "우리가 수탁하기 이전의 자료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또 시민회관 개관 때부터 무대감독으로 활동하다 최근 퇴직, '시민회관의 산 역사'로 불리는 김봉수씨는 "최근에야 제대로 된 기록물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무대감독이라 직접 관여하지 않았지만 관리 주체가 바뀔 때마다 서류를 없애고, 자료를 새로 만들고 하는 일이 반복되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사라진 것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민회관은 1975년 개관 이후 1981년 직할시 승격으로 관리 체계가 바뀌었고 1995년에는 대구문화예술회관에 흡수 통합되었다가 2000년에 대구시시설관리공단에 운영이 맡겨지는 등 변화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 관장도 여러 차례 바뀌면서 기록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허술한 문서관리 규정도 기록물 관리 체계의 허술을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대구시의 문서관리 규정은 영구, 반영구, 1~5년으로 성격에 따라 보관토록 하고 있지만 인사와 회계 등의 서류만 장기보관할 뿐 나머지 서류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폐기하도록 되어 있다. 이와 관련, 대구시의 한 공무원은 "찾아보면 어딘가에는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답을 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대구문화'가 300호 발간 특집 기사를 위해 대구시민회관 개관 당시 자료를 찾았으나 찾지 못해 당시 신문 보도와 당시 관계자들의 증언을 청취하는 데 그친 일도 있었다. 대구 문화계 한 관계자는 "민간 기업이나 일반 단체도 기록을 보존해 창사 내지 창립 행사 때면 기록물을 발행하는데 30년 넘게 대구를 대표하는 공연기관이었던 시민회관이 백서 발간은 못하더라도 지나온 길에 대한 기록 자료 하나 제대로 보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기가 막힌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시 관계자들이 고령으로 기억을 되살리지 못하는 상황이 오기 전에 하루빨리 기록 복원과 수습에 착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곳곳에 산재된 자료를 수집, 백서 발간 수준의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문화계 인사들도 리모델링 공사를 계기로 '대구시민회관 35년사'를 발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대권 대구시 문화예술과장은 "앞으로 각종 문화예술 관련 역사 자료 관리를 철저히 해 의무적으로 정리, 보관토록 할 것이며 관계 서류에 대한 보관과 정리를 의무화해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대구시민회관의 역사를 복원하는 일도 가급적 빨리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