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물의 도시 대구 동네우물 되살리기](3부) 미네랄워터 아끼며 마신다-(3)지하수 남용현장

마구잡이 개발, 온천수 수위 10년 동안 100m 낮아져

부곡온천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온천이다. 대구경북과 인접한 탓에 시'도민들도 즐겨 찾는다. 전성기 때는 연간 5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온천, 찜질방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전성기 때의 영광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온천수의 과잉 양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느린 속도이기는 하지만 온천 수위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온천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을 통해 지하수를 지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부곡 온천원보호지구=20일 경남 창녕군 부곡면 거문리에 위치한 부곡 온천원보호지구(면적 481만9천382㎡). 1981년 온천지구로 지정을 받은 이곳에는 20여 개의 온천 숙박업소가 성업 중이고, 300여 개의 상가가 들어차 있었다. 평일인 탓인지 관광객들은 많지 않아 동네는 조용했다. 유황이 주요 성분이며 전국 404개 온천지구 중 최고의 수온(78℃)을 자랑하는 부곡은 수온이 너무 높아 냉각탑을 통해 식혀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의 대표적인 온천지구로 1980년대 후반 연 관광객이 500만 명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다양한 온천이 개발되면서 관광객이 점차 줄어들고 2007년은 320여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낮아지는 수위=1973년 온천수가 처음으로 발견된 후 온천 수위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애초 처음 발견될 때는 지표면에서 솟아났지만 현재는 전반적인 굴착 깊이가 평균 299m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성익환 박사는 "10년 전 조사에서는 평균 198m 깊이에서 온천수가 나왔다"고 말했다. 지하수 수위가 100m나 더 낮아진 것이다.

이 때문에 온천지구 관계자들이 수위가 더 이상 낮아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굴착공을 대거 줄인 것. 부곡지구 일대의 온천 굴착공은 총 105개. 이 중 30개공은 수량 감소 등의 이유로 폐공이 됐고, 31개공은 미사용공이며, 2009년 현재 이용되고 있는 공은 31개공이다.

온천수 이용량도 제한하고 있다. 현재 온천수를 이용하는 시설 21개 업소의 허가량은 하루 4천918㎥이고, 실제 사용량은 3천154㎥이다. 허가 대비 사용량은 약 64%다. 2004~2008년까지 연간 106만6천~119만6천㎥를 사용하고 있다. 지금도 연평균 사용량이 114만2천㎥로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발간된 부곡온천 온천자원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하수 유동모델링 결과 향후 10년간 온천공을 지속적으로 장기 양수할 경우 현재보다 온천공의 수위가 67㎝ 더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향후 현재의 허가량을 유지한다면 급격한 수위 강하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현재 수위가 최초 개발 때와 비교해 상당히 내려가 있기 때문에 현재의 전체 온천 이용 허가량의 초과를 억제하고, 온천수 이용의 효율성을 증대시켜 불필요한 온천수 사용량을 감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외국과 비교하면 부곡온천의 굴착공 31개도 너무 많다. 프랑스 에비앙이나 비텔, 비시가 세계적 명성을 누리고 있고 앞으로도 그 명성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한 것은 굴착공을 엄격히 제한해 좋은 물을 남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르는 동네 우물=온천지구가 들어서면서 주변 동네의 우물이 마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온천지구에서 자동차로 3, 4분 거리에 있는 부곡면 사창리. 2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전형적인 촌락이다. 마을 중심에 움푹 파이고 풀들이 무성하게 자란 조그만 연못 같은 것이 보였다. 동네 주민들이 대대로 식수로 사용하던 우물이었다. 주민들은 '큰샘'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 잡초가 우거진 채 방치돼 있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부곡지역에 온천이 개발된 후 5, 6년이 지나자 샘에 물이 솟지 않았다고 했다. 온천에서 지하수를 모두 사용한 탓이란다. 현재는 비가 오면 물이 다소 채워지고, 평소에는 바닥에만 물이 고이는 정도다.

식수를 빼앗긴 주민들은 인근의 낙동강 물을 생활용수로 대신했다. 그러다가 밀양댐에서 수돗물이 공급되면서 조상 대대로 사용하던 샘물은 잊혀져갔다. 주민 신정기(75) 씨는 "물이 무척 깨끗하고 맛도 좋았지만 온천이 개발되면서 물이 더 이상 솟지 않았고, 수돗물이 들어오면서 잊힌 우물이 됐다"고 말했다. 동행한 성 박사는 "미네랄워터가 풍부하게 포함된 전형적인 동네 우물이었지만 온천에 빼앗긴 경우"라며 아쉬워했다.

◆지속가능한 온천=부곡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온천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온천수 오'남용을 막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현재의 사용량을 유지하면 향후 10년간 수위 변화에 별 지장이 없을지 모르지만 이미 많은 지하수를 써버려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절약의 방안으로 온천수의 용도를 구별해야 한다고 했다. 화장실과 청소에 쓰이는 물도 온천수로 사용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 성 박사는 "일본 온천의 경우 객실에는 온천수를 공급하지 않고 공동탕에만 공급하고 있다"며 "온천수 절약을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 박사는 빗물을 이용해 온천 수위를 높이는 전략을 제안했다. 건물의 옥상에 빗물을 집수하는 시설을 만들어 이 중 일부는 화장실 등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폐공과 방치공을 통해 지하에 물을 주입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물을 주입하면 수량이 많아지는 것은 물론 수질도 향상된다"며 "온천시설의 사업주들도 지속가능한 온천이라는 대안 찾기에 모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보양온천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음달 한국기능수학회 추계학술발표회에서 부곡 온천수의 의료적 효능에 대한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온천수가 의료적 효능이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검증되면 보양온천을 향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갈 방침이다. 창녕군 관계자는 "보양온천으로 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이를 위해 지자체 차원의 지원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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