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째 계속되고 있는 구미 KEC의 파업과 직장 폐쇄, 공장 점거 농성 등 노사 불화가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21일 조합원 200여 명이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가자 경찰이 공권력 투입을 통한 강제 해산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사태가 이런 식으로 계속 악화될 경우 제2의 쌍용차 사태로 비화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중견 반도체 전문기업 KEC(옛 한국전자)는 휴대폰에 들어가는 비메모리 칩을 생산해 소신호용 개별반도체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세계 2위를 차지할 만큼 명성을 얻고 있다. 1969년 창업돼 구미공단 첫 입주기업으로서 얼마 전 본사도 구미로 옮겨올 만큼 대표적인 향토기업이다. 하지만 올 들어 타임오프제를 둘러싸고 노사가 이견을 보이면서 파업과 직장 폐쇄 등 노사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KEC 사태는 겉으로는 타임오프제 시행을 둘러싼 노사 갈등으로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사측의 경영에 대한 노조 측의 강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사측이 지배 구조를 바꾸면서 노조와 직원을 무시해왔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에 노조가 사외이사 선임권'해외 지분 변동 시 조합과 사전에 협의할 것 등을 요구하자 사측은 노조가 타임오프제를 거부하고 인사 등 경영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문제는 노사 대립이 극에 달해 경찰이 강제 해산을 시도할 경우 어떤 불행한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점거 농성이 벌어지고 있는 공장 내에는 화공약품 등 인화물질이 많아 최악의 경우 대형 인명 사고까지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극한 대립은 결국 노사 모두가 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쌍용차 사태가 일깨워 주었다. KEC가 쌍용차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노사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경찰 또한 공권력 투입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노사가 모두 승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패자가 될 것인지는 노사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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