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이 '큰일'을 냈다.
소속 교수들이 이달 들어 국내 의학 부문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상인 '분쉬 의학상'과 '화의자 의학상'을 잇따라 수상했기 때문이다. 수상의 주인공은 경북대 산학협력단장을 맡고 있는 김인산(52'생화학) 교수와 폐암 치료 분야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박재용(52'내과학) 교수. 두 교수의 의학상 수상은 개인적인 '영광'일 뿐 아니라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한 대구에 주는 의미도 상당하다. 기초 의학과 임상 능력에 대한 대구의 숨겨진 역량을 입증한 계기가 된 것.
의학 발전에 기여한 연구 업적을 가진 의학자에게 주어지는 '분쉬 의학상' 본상을 받는 김 교수가 주력해 온 연구는 암 세포가 성장하는 환경과 암 세포가 죽어가는 과정에 대한 원리 규명. 또 이를 통해 질병의 조기 진단과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다.
그는 "암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저 암 세포가 생성되는 체내 환경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며 암세포가 사멸되는 경과를 밝혀내야 적절한 항암제 개발이 가능하다"며 "항암제 투여 후 암세포 반응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체내에서 죽어가는 세포를 먹는 탐식세포가 '특정 신호'를 통해 죽어가는 세포를 선별적으로 먹는 원리를 규명해 낸 것. 또 '특정 신호'에 반응하는 펩타이트(단백질 구성체인 아미노산이 연결된 형태)를 발굴해 이를 바탕으로 세포 사멸 과정을 영상장비로 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냈다.
김 교수는 "현재는 항암제 투여 후 몇 달이 지난 뒤 경과를 보고 항암제의 효능을 알 수 있지만 개발된 기술이 상용화되면 신약 개발의 임상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고 암 환자의 적절한 치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식경제부의 첨단진료예측의료 클러스터를 7년째 이끌고 있으며 국가 지정 연구소인 세포기질 연구소 소장을 10년째 맡고 있다. 또 지금까지 150편이 넘는 SCI급 논문을 발표했고 24건의 국내 특허와 6건의 국제 특허를 갖고 있다.
김 교수는 "지역 의료계 역량이 서울에 비해 지나치게 과소평가돼 온 측면이 있다"며 "동료 교수 및 연구원들이 함께 일궈낸 이번 수상이 지역 의료계 수준을 재평가받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화의자 의학상(임상의학)을 받는 박 교수는 'CASPASE 유전자의 다형성과 비소세포암 환자의 수술 후 생존율의 관계'란 논문으로 수상을 했다.
박 교수는 "폐암 수술 후 재발 여부 및 생존율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지표는 폐암의 진행 속도에 따른 병기(病氣)밖에 없다"며 "임상조사를 통해 환자의 유전형과 재발률의 상관 관계를 밝혀냈다"고 밝혔다. 즉 현재까지는 초기나 중기, 말기 등으로 분류해 항암 치료를 해 오고 있지만 유전형 검사를 통해 맞춤형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하다는 설명.
박 교수는 "지난 10여 년간 경북대병원에서 폐암 치료를 받은 환자를 상대로 임상 검사를 통해 유전형과 재발률의 관계를 조사했다"며 "연구가 더 진행되면 다른 질환으로 확대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분쉬상 시상식은 내달 17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화의자상은 내달 3일 조선호텔에서 각각 열린다.
한편, 경북대 산학협력단장인 김 교수는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성공을 위해 '관학 협력'이 필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역이 가진 역량을 바탕으로 첨단의료단지의 성공 모델을 찾아야 하며 경북대만 하더라도 서울 대형 병원에 비해 인력 수는 적지만 몇몇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 수준의 교수진과 연구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는 교수들이 있지만 유독 '지역 사회'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고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설명.
그는 "첨단의료단지 성공이 지역의 시급한 현안이지만 지역 의료계와 대구시와 정부 간 효율적인 협력체제가 잘 구축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지역의 역량을 제대로 평가한 뒤 여기에 기초해 첨단의료단지의 내실 있는 운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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