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자리이타 정신을 실현하면서 불교 발전에 이바지하고 지역 사람들의 경제적 자립을 목적으로 했던 신협운동이 성년의 나이가 돼 무척 기쁩니다."
지역 유일의 불교은행인 '보현사신협'(대구시 중구 남산동 삼정그린코아 상가 1층)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28일 대구 그랜드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기념법회를 연다. 이날 누구보다 감회가 깊은 사람은 20여 년 전 지금의 보현사신협이 있기까지 산파역을 했던 박우만(법명 지성·70·전 동화사 주지) 이사장이다.
"1988년 처음 신협운동을 펼치려 할 때 주변 스님들이나 신도들의 부정적 시각이 많았죠. 중이 고리대금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있었고요."
박 이사장은 편견과 함께 경험 부족으로 2년간 신협 인가도 못 냈고 사무실도 보현사 경내 구석에서 더부살이를 했다.
"그때 자본금 7천만원을 갖고 포교 차원에서 '나 스스로의 생각부터 열어보자'며 밀어붙인 게 올 10월로 자본금 500억원 규모에 6천여 회원계좌의 불교은행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죠."
신협을 시작할 때 대구시 '개인택시 정법회' 1천여 회원들의 도움도 큰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 박 이사장의 회고다.
'일인은 만인을 위하고 만인은 일인을 위한다'는 보현사신협의 태동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구 지역 불교는 개인이 운영하는 절인 사설사암이 많았다. 현재도 대구에는 100여 곳의 사설사암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대구사원주지연합회를 구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설사암의 반대개념인 공찰주지는 재정적으로 열악했고 결속력도 그리 단단하지 못했다. 그러던 차 박 이사장이 은해사 주지로 있던 1983년에 뜻있는 몇몇 도반 스님들이 찾아와 정법불교를 위한 단체를 만들 것을 권유했다.
"그래서 만든 단체가 당시 은해사와 동화사 관할 주지 스님 50명으로 구성한 '팔공승가회'였죠. 그 첫 사업으로 합동방생법회를 열었는데 의외로 호응이 좋아 많은 신도들이 참석했고 행사가 끝난 후 남는 돈을 모으다 보니 몇 년 새 1억여원의 종잣돈도 생겨나게 됐죠."
이후 이 돈의 적절한 용도를 구상하던 중에 1987년 신도 교육 목적의 '대구불교대학'을 설립하게 됐다. 그러나 문제는 종단의 잦은 주지 인사로 인해 '팔공승가회'가 해체 위기에 놓이게 됐던 것. 박 이사장은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고 팔공승가회 사무실을 개조해 신협운동을 펼쳤고 그 바람이 지금까지 이어진 셈이다.
현재 보현사신협은 비단 은행으로서 역할뿐 아니라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 지원을 비롯해 지역사찰불사 지원, 신행단체 후원, 장학금 지원, 무료급식소 운영 등 포교와 이웃사랑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장학금은 매년 1천여만원 정도 지원하고 있다.
"이젠 보현사신협이 모범적·개척적인 디딤돌로 작용해 불교 금융의 모범이 될 겁니다."
박 이사장은 "보현사신협이 현대 사회의 금융제도와 발맞춰 나간다면 30주년이 되는 10년 후에는 자산규모 1천억원이 넘는 명실상부한 신협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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