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응 미숙, 분신사태 불러"…경찰 "공정한 법집행"

KEC노조 지도부 협상중 무리한 체포 비판…영장도 수차례 기각

지난달 30일 금속노조 구미지부장이 분신을 한 뒤 경찰은 병력을 증원해 KEC 공장을 에워싸는 등 KEC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지난달 30일 금속노조 구미지부장이 분신을 한 뒤 경찰은 병력을 증원해 KEC 공장을 에워싸는 등 KEC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금속노조 구미지부장이 분신까지 하는 등 KEC 사태가 갈수록 파국으로 치닫는 가운데 '경찰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노사간 협상 결렬 이후 회의장을 나오는 노조 관계자들을 무리하게 체포하려다 분신까지 촉발하는 등 경찰의 대응을 두고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KEC 노조원 200여명이 지난달 21일부터 구미 1공장을 점거한 이후 경찰은 10개 중대 1천여명의 경찰 병력을 동원, 공장 출입을 봉쇄했다. 점거 농성 열흘 만인 지난달 30일 경찰은 노조 지도부 6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오후 9시50분쯤 노조 간부 체포에 나섰다가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 김모(45) 구미지부장이 분신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 김 지부장은 화장실로 피신, 몸에 시너를 붓고 경찰과 대치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체포하려다가 김 지부장이 분신을 했다고 노조 측은 주장하고 있다.

김 지부장을 포함한 노조 관계자들은 공장 점거 농성 이후 처음으로 이날 오후 7시쯤 노조가 점거한 구미 1공장에서 회사 임원진이 참석한 가운데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오후 9시30분쯤 교섭이 결렬됨에 따라 김 지부장 등 노조 인사들은 회의장을 나왔고 경찰은 곧장 체포에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김 지부장은 시너를 몸에 붓고 분신을 한 것이다.

경찰의 미숙한 대응은 이뿐만 아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3시쯤 경찰 헬기가 KEC 구미사업장 정문 인근을 저공비행하다가 노조원 천막을 무너뜨려 안에 있던 임신부를 포함한 여성 노조원 5명을 다치게 했다. 농성장을 빠져나온 조합원들에게는 업무 복귀확약서를 강요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경찰은 공장 점거 초기에 노조 간부들을 체포하기 위해 검찰을 통해 법원에 영장을 신청했으나 '사전에 출석요구서를 보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차례 기각되는 바람에 지도부 검거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KEC 노조의 불법 공장 점거가 장기화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적법한 법 집행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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