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우리의 소원은 통일?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 머릿속에 그려보고 입술로 살짝 따라 부르기만 해도 늘 가슴 뭉클해진다. 그런데 지금 20대 이하 젊은 세대에게는 통일이 소원이 아닌 것 같다. 우리끼리 살아가기도 힘든데 서로 다른 생활과 생각을 오랜 기간 해 온 북한 주민과 함께 살아가는 상황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이들에게 통일은 소원이 아니라 부담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통일세'를 이야기했다. 그런데 여론의 강한 비판을 받은 뒤 지금은 더 이상 국민을 향한 설득이 없는 상황이다. 남북분단 상황을 균형상황으로 인식하고 이 균형에서 이탈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세대들을 겨냥해서 통일의 필요성을 아무리 설득하려 해도 현재로선 가능해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혹시 전쟁이 일어나는게 아닌가 라는 두려움마저 느낀 젊은 세대들에게는 북한을 건드려서 자극하지 말고 그저 조용히 우리끼리 잘 살았으면 하는 간절함마저 생겨난 터이다.

통일에 대한 거부감이 이 정도인데 통일 비용을 분담하자는 통일세에 대한 저항은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통일 자체가 싫은 이들에게 통일 비용까지 부담하라고 하니 그저 놀라고 화날 따름일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통일이 우리에게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차분히 이야기할 때이다.

첫째, 통일은 아무리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우리 젊은 세대들이 안고 가야 하는 숙명이라는 사실을 이들에게 일깨워줘야 한다. 우리 젊은 세대들이 통일을 숙명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통일이 가져오는 비용과 편익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둘째, 통일은 비용보다 더 클 수 있는 편익도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게 해야 한다. 통일은 우리에게 막대한 비용을 가져오므로 이를 감당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두려움보다 통일이 가져올 편익을 보여주어야 한다. 통일이 가져올 최대의 편익은 남북대치 상황에서 지불하던 국방 비용의 대폭 감소다. 이 국방 비용의 감소에는 병역 의무도 큰 비중으로 차지하고 있다.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로 전환하게 되어 젊은 세대들이 인생에서 가장 큰 짐으로 여겨 왔던 병역 의무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 외에도 북한이 갖고 있던 각종 자연자원과 넓은 국토는 통일 한국의 신성장 동력의 한 축을 형성할 수도 있다. 이 모든 편익을 고려하면 통일은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부담이 아니라 축복일 수도 있다.

셋째, 통일 비용을 제대로 계산해서 보여주어야 한다. 지금까지 이루어 진 수많은 통일 비용 추계연구에 의하면 통일 비용은 작게는 70조원에서 많게는 2천조원에 이른다. 북한 경제가 남한의 80% 수준으로 가도록 하는데 드는 비용이나 북한 경제가 통일 이전에 비해 2배 증가하는데 드는 비용 등등의 가정하에 추계된 수많은 통일 비용 금액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그런데 이런 통일 비용의 추계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예를 들어 통일 비용 추계의 기준으로 내세운 남한 GDP의 80%의 근거가 무엇인가? 남한의 50% 수준은 왜 안되나? 제대로 통일 비용을 추계하고 이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통일 후 발생할 각종 비용들을 항목별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각종 비용 항목들에 대한 별도의 재원 조달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넷째, 통일 정책을 장기적으로, 그리고 과학적으로 잘 만들어야 한다. 통일에 대비한 정책은 최고 수준의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통일 시점과 통일 방식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재원 조성과 이의 지출간에 시차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재원 부담을 하는 국민과 통일로부터 혜택을 받는 국민이 다를 수도 있다. 그래서 다른 어떤 정책과도 다른 접근이 필요한 것이 바로 통일 정책인 것이다.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포퓰리즘을 배격하고 정권을 초월한 상태에서 제대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다섯째, 통일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을 찾는데 있어서 철저하게 다양한 부담 주체간의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와 민간 간의 재원 부담 균형뿐만 아니라 세대간 부담 균형도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통일 재원을 조달하는데 있어서 세금과 채권 발행과 같은 정부가 맡은 조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 투자펀드를 만들어 국내외 자본을 유치하는 민간의 재원조달 참여도 가능한 것이다. 또 정부가 시도하는 재원 부담은 반드시 현 세대와 미래 세대간의 형평성 문제를 가져 온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투명한 공개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의 소원이 우리 모두의 통일이 될 수 있도록 세대간 소통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안종범(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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