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대학생승마대회, "선수 69명에 247억 쓴 셈"

상주시 세계대학생승마대회 "빈껍데기" 뒷말 무성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사흘 동안 상주에서 열린 '2010 세계대학생승마선수권대회'가 경기 내내 동원한 관객들이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물론 도시 이미지 제고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등 수백억원에 이르는 혈세(血稅)를 낭비한 '빈껍데기 행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참가선수 69명 등 선수단 200여 명이 참가하는 '미니 행사'에 247억원이란 거액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등 대회가 방만하게 운영됐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번 대회를 위해 상주시는 1년여 전부터 시비는 물론 경상북도로부터 받은 예산 등 모두 247억원을 들여 상주 사벌면 화달리에 상주국제승마장을 건설하고 고가(高價)의 말을 외국에서 들여오는 등 과도할 정도로 준비를 했다. 또한 꽃길 조성, 꽃탑 설치, 도심 보도블록 교체 등 도심 환경 정비에 쏟아부은 돈과 행정력도 적지 않았다.

사흘에 걸쳐 경기는 무사히 끝냈지만 대회 시작부터 폐막 직후에 이르기까지 상주에서 열린 세계대학생승마선수권대회 무용론(無用論)이 시민은 물론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다른 스포츠의 경우 세계대회를 개최할 경우 돈을 쓴 만큼 도시 이미지 제고 및 관람객 유치 등 경제유발 효과가 나타나지만 이번 세계대학생승마선수권대회는 그렇지 못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번 대회 경우 이름만 세계대회였을 뿐 참가자가 고작 69명의 선수를 포함해 선수단 200여 명에 불과했다. 또한 관중석은 상주시 및 읍·면·동과 자매결연을 한 다른 지역민이나 학생 등 동원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대회 직후 "좀 심하게 표현하면 취미생활을 하는 일부 국가(19개) 대학생들이 시간을 내 상주로 여행을 와 즐기고 간 것에 불과하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이번 대회를 위해 독일에서 5억7천만원을 주고 들여온 말 8마리와 거액을 들여 신축한 승마장에 대한 관리 문제가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상주시는 관련 공무원을 추가로 뽑아 말을 보살피고, 승마장을 관리한다는 방침이지만 뚜렷한 해법이 없는 한 말과 경기장이 '애물단지'로 변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상주 시민들은 "막대한 세금을 들여 만든 상주국제승마장에 대한 활용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돈만 잡아먹게 된다면 대회를 유치한 단체장과 개최한 단체장 모두가 시민들로부터 질타를 받게 될 것"이라며 "이번 대회를 교훈 삼아 무턱대고 '세계' 또는 '국제'가 들어간 대회를 유치하는 데 혈안이 되는 행태를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승마대회조직위원회 한 관계자는 "승마대회라는 하나의 행사에 돈이 많이 들어갔다고 보지 말고 이번 대회를 계기로 상주가 마필산업의 기반을 다졌다고 평가하면 된다. 시에 마필 관련 부서가 있는 만큼 승마대회는 못 열더라도 관련 행사를 여는 등 운영책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1천146석에 이르는 관중석도 개회식 날을 제외하고 모두 만석을 이뤄 성공적인 행사였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상주·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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