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가운데 검은 정장 차림의 남성이 무대 앞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뒤따르던 일행이 테이블을 하나 펼치자 남성은 준비한 카드를 꺼내 거리 마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행인들은 걸음을 멈추고 마술공연을 신기한 듯 쳐다봤다.
#2> 지난 10년간 대구 지역 곳곳에서 '스트리트 댄스'를 선보이고 있는 대구 YMCA '대구 춤판'은 회원이 2천 명을 넘었다. 지난해까지 주 1회씩 거리 공연을 했고 매회 100여 명의 댄서들이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공연에 참여한다는 정모(25) 씨는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거리에서 다 함께 공연을 펼친다"며 "관객과 호흡을 나눌 수 있다는 점도 거리 공연의 장점"이라고 했다.
◆늘어나는 거리 공연
동성로가 대구의 '거리 공연 1번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동성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로드 아트(Road Art=거리예술)와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곳곳에서 열리는 거리 공연이 시너지효과를 내면서 시민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대구 중구청은 대우빌딩에서부터 동성5길까지 동성로 900여m 구간에 3월부터 이달 말까지 계명대학교, 한국마술협회 대구지부 등과 함께 '동성로 로드 아트 공연'을 기획·시범 운영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길거리 마술과 마임 등의 비언어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9월 '스토리가 있는 거리예술', 10월 '시민참여 거리예술'에 이어 이달 조각상, 거인인형 등을 활용한 퍼포먼스가 시범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노래사랑봉사단의 '7080통기타콘서트'와 대구문화재단의 '패션쇼' 등 지역의 예술·문화단체의 자발적 공연도 계속되고 있다.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의 넓은 인도도 새로운 거리 공연 장소로 떠올랐다. 전기 배선이 갖춰진 약전골목 입구 등 총 6곳에는 5월부터 지난달까지 '소리향기' 등 아마추어 음악 동아리에서부터 대구음악협회 등 전문가의 공연이 30여 차례 열렸다. 늘어나는 거리 공연만큼 시민의 발길이 동성로로 향했다.
중구청에 따르면 동성로 등을 찾는 유동인구는 휴일 40만 명, 평일 10만 명 정도로 지난해보다 최고 30% 늘었다. 김석호(38) 씨는 "동성로 야외무대, 대중교통전용지구는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많아 이곳에 자주 나온다"고 말했다.
◆다양성과 전문성 부족은 아쉬움
동성로 일대의 거리 공연이 외형적으로 늘어났지만 완전히 정착됐다고 보기 어렵다. 아직까지는 거리 공연의 다양성과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
대구 YMCA 김영일 청소년팀장은 "거리 공연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거리 공연자 육성이 최우선"이라며 "공연장소가 아무리 많아도 공연을 펼치는 사람이 없다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서울문화재단이 거리 공연 지원 프로그램인 '서울거리 아티스트'를 하고 있다. 재단은 매년 오디션을 통해 거리 공연자를 선발, 자율적인 거리 공연을 전폭적으로 지원,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야외무대 주변 상인들과의 마찰도 고민거리다. 동성로 한 화장품 가게 점장은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처음에는 너무 시끄러워서 영업에 방해가 됐다"며 "심지어 자리를 아래쪽으로 옮긴 가게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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