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량항공기] 직접 조종 "나는 한마리 새가 된다"

비상(飛上)! 하늘을 훨훨 날아 구름속을 보고 싶다! 모든 사람들의 소망이다. 어린 시절, 파란 하늘을 쳐다보며 누구나 파일럿의 꿈을 그렸다. 1903년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항공기를 만들어 최초로 하늘을 나는 데 성공했다. 한세기가 지났다. 이제는 내 손으로 직접 비행기를 조종하는 항공레저스포츠가 인기다.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이끌림이다.

이들은 "하늘로 솟구쳐 올라가면 마치 한 마리 새가 된 것처럼 환상적인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비행기 조종의 예찬이다. 전국적으로 1천여 명이 초경량항공기 조종자격증을 취득했다. 250여 대의 경량 비행기들이 전국의 하늘을 날고 있다. 바야흐로 자가용 경비행기 시대가 우리들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창공에서는 내가 왕!

"오늘 점심은 신안 비금도입니다. 오버."

에어랜드 항공 김영호(44) 대표는 전국의 비행 동호인들과 교신을 하면서 전국을 날아다닌다. 하늘과 비행기를 사랑하는 이들. 비행 동호인들은 하루라도 날아오르지 않으면 좀이 쑤신다. 이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전국을 마치 옆 동네 마실 다니듯 쉽게 날아다닌다.

안동시 안동병원 옆 낙동강변에 위치한 안동항공. 10여 대의 소형 비행기들이 굉음을 내며 연방 날아오르고 착륙한다. 전남 광양에서 날아온 섬진강항공 김영(39) 교관은 "경비행기를 조종하여 하늘을 박차고 올라가 비행하면 창공을 가로지르는 그 시원하고 가슴 탁 트이는 짜릿함으로 스트레스가 싹 풀린다"고 말한다.

안동항공 차상구(51) 대표는 2003년 문경에서 우연히 체험 비행을 한 후 비행의 묘미에 빠졌다. 본격적으로 비행을 한 지 8년째. 이젠 베테랑이다. 차 대표는 "비행을 해보지 않고서는 그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며 "아마 남자들의 마지막 취미가 될 것"이라고 한다.

◆비행 체험

경북도 내 대표적인 비행교육장 에어랜드항공. 칠곡군 석적면 낙동강변에 있던 에어랜드항공은 낙동강 개발사업으로 인해 안동항공으로 임시 거처를 옮겼다. 안동시 낙동강변에 위치한 안동항공에서 비행 체험을 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모두 4대의 비행기가 한꺼번에 안동상공에 떠올랐다.

기자가 동승한 비행기는 이탈리아제 택남(Tec Nam) 기종의 HCL001호다. 우리나라 경량항공기 등록1호란 뜻이다. 김한기(67) 씨가 지난해 구입한 2인승 새 비행기다. 김 씨 옆에 자리를 잡고 헤드폰을 쓰니 '이륙하라!'는 무선 지시가 떨어졌다. 요란한 굉음과 함께 활주로를 질주하자 가슴이 찌르르하면서 공포감이 밀려왔다.

그 순간 백조 같은 1호기가 사뿐히 날아 올라 하늘로 솟구친다. 고도를 높여 수평비행을 시작하면서 안동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안동댐과 안동 시민운동장, 시내를 가로지르는 낙동강의 구불구불한 모습이 발아래 펼쳐졌다. 세상을 정복한 느낌이다. 앞서 날아오른 김영호 교관의 비행기가 재빠르게 선회한다. 예술이다. 편대 비행을 위해 고도를 맞췄다. 70~90노트로 안동시내 하늘을 날아다녔다. 자동차로 치면 시속 150㎞를 훨씬 넘는다.

하지만 속도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한순간 제주도로 날아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분 후 활주로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바퀴가 땅에 닿는 순간 "휴! 안심이다"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기도 했지만 나도 비행 교육을 곧 받아야지라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차는 이유는 뭘까.

◆경량항공기란?

영화 '아름다운 비행'의 소형 항공기를 따라 창공을 훨훨 나는 거위들의 장면이 눈에 선하다. 13살 소녀 에이미가 우연히 발견한 거위알로 인해 스토리가 전개된다. 세상에서 가장 먼저 본 '에이미'를 어미새로 알고 있는 16마리의 새끼 거위들. 에이미는 거위들의 작고 소중한 엄마가 된다. 하지만 야생 거위들이라 남쪽나라로 돌려보내야 한다. 거위들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비행기를 앞세워 어려운 실습을 익혀가고, 결국 비행에 성공한다. 에이미가 16마리 거위들과 비행하던 감동의 그 장면, 그때 거위들과 함께 하늘을 날던 기체가 바로 경량항공기다.

경량항공기는 지난해 9월까지 초경량 비행장치로 불렸다. 하지만 지난해 9월 항공법이 개정되면서 경량항공기제도로 바뀌었다.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변경되면서 개인이 소장한 경량항공기는 2012년 9월까지 경량항공기로 등록해야 한다. 대구와 경북, 부산, 경남지역에는 30여 대의 경량항공기가 있다. 현재까지 3대가 등록했다. 모두 비행교육전문인 에어랜드가 소속된 칠곡군에 등록돼 있다.

◆나도 도전! 항공기 조종

경량항공기는 비교적 가볍고 조종성이 좋아 자가용 비행기로 인기가 높다. 에어랜드항공의 김 대표는 "비행기 조종은 20시간만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조종 자격증을 딸 수 있다"고 말한다. 용기만 내면 누구나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제 자신이 직접 비행기를 조종하여 고향을 방문할 수 있는 날도 머지 않았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자가용 경량항공기가 늘고 있다. 경량항공기는 이'착륙거리가 짧아 큰 활주로가 필요하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자가용비행기로서의 미래도 밝은 편이다. 실제로 경량항공기 클럽의 몇몇 회원들은 자신들의 항공기를 소유하고 있다. 경량항공기는 무엇보다 14세 이상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나이 제한 없이 즐길 수 있다.

◆파일럿의 꿈!

비행클럽 회원들은 "자동차 운전 면허보다 비행기 조종 면허가 더 쉽다"고 한다. 경량항공기를 직접 조종하려면 '조종사 자격증'이 필요하다. 만 14세 이상의 신체 건강한 남녀라면 누구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초보자가 경량항공기 조종을 익히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시간 정도. 교육을 마치고 필기와 실기시험에 통과하면 조종 면허를 얻을 수 있다.

직장인들도 주말을 이용, 3~6개월 정도면 충분히 마스터할 수 있다. 비행교육은 이론과 실기 교육으로 일정이 짜여진다. 항공법규, 비행원리, 기상학, 항공역학, 기체 세팅법 및 관리 요령 등 이론교육을 끝낸 뒤 실기 교육을 한다. 실기 교육은 기체의 지상 조작 및 수신호, 공중조작, 응용 공중조작, 이착륙 연습 등을 배운다. 비용은 경량항공기는 450만~600만원 정도다. 현재 전국적으로 30여 개 클럽이 비행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대구경북에서는 에어랜드항공과 안동항공 등에서 조종 교육을 하고 있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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