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이 폭락한데다 흉작으로 쌀 생산량마저 예년보다 크게 주는 바람에 이중(二重)으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원망 섞인 마음으로 하늘을 쳐다보며 한탄할 뿐이지요."
경북의 3대 곡창 중 하나로 꼽히는 의성 안계평야를 비롯한 다인 등 의성 서부지역 6개면 쌀 주산지 농민들은 요즘 쌀 때문에 억장이 무너지고 있다. 올가을에는 쌀값 폭락에다 수확량마저 감소해 농민들의 심정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수확철을 맞아 '풍년가'(豊年歌)가 울려퍼져야 할 농촌 들녘에 농민들의 한숨소리만 가득하다. 유례없는 이상 기후에다 병충해 등으로 쌀, 사과, 감, 대추 등 경북 주요 농산물 흉작으로 농민들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가을 의성 안계평야에서 벼논 6천600㎡(2천 평)를 수확한 결과 벼 110∼115포대(포대당 40㎏ 기준)가 생산됐다. 이는 작년 같은 면적에서 생산된 벼 140포대에 비해서 20% 정도 감소한 것. 문고병 등으로 쭉정이 벼가 많아 쌀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는 게 농민들의 이구동성이다. 게다가 올해 시중 쌀값은 작년에 비해 10% 이상 폭락해 쌀 농가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이달 초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전국 쌀 생산 예상량은 생육 초기 저온현상과 재배 면적 감소 등으로 작년(491.6만t) 대비 11.6% 감소한 434.6만t에 그쳤다. 쌀 주산지인 상주의 경우 작년 8만4천248t에서 올해는 7만4천712t으로 생산량이 11.3% 줄었다. 경북도 전체로는 지난해 대비 생산량이 12.5%나 감소했다.
경북의 대표적 과일인 사과 농사도 올해는 흉작을 기록했다. 지난겨울 추위에다 100여년 만에 찾아온 지난 4월의 개화기 한파로 사과 꽃들이 동해를 입어 착과율이 형편없이 떨어진 탓이다. 게다가 6월에는 나무좀 같은 병충해, 9월에는 태풍 '곤파스'에 탄저병 등 악재가 연이어 겹쳐 사과 농사 짓기가 힘이 들었다.
안동지역 최대 사과 주산지인 길안면에서 35년째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권명진(67·길안면 현하리)씨는 "올해는 사과 농군들에게 가장 힘든 해였다"며 "사과 수확량도 떨어지고 상품의 질도 떨어지고, 게다가 가격도 형편없어 죽을 맛"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3천여㎡(900평)의 권 씨 사과 과수원에서는 올해 20㎏들이 500여 상자를 수확, 지난해 700여 상자에 비해 수확량이 35% 정도 줄었다. 게다가 과일 껍질에 검은 반점이 생긴 저품질 사과가 30% 정도로 예년의 10% 정도이던 것에 비해 3배나 늘었다.
상주에서는 올봄 잦은 비와 냉해 등으로 곶감용 감의 결실률이 떨어지면서 감 수확량이 지난해(1만8천430t)보다 20~30%가량 줄었다. 이로 인해 이달 말부터 본격 출하하는 상주곶감의 값이 지난해 대비 20~30%가량 오를 것으로 상주시 등은 전망하고 있다.
전국 대추 생산량의 35% 이상을 차지, 우리나라 최대 생산지인 경산지역 대추 재배농민 역시 올해 수확량이 지난해의 30∼40% 수준에 그쳐 시름이 깊다. 올해로 20년째 대추농사를 짓고 있는 경산 자인면 김상보(56) 씨는 "지난해에 대추농사로 5천여만원의 소득을 올렸으나 올해는 흉작으로 소득액이 3천여만원에 그쳐 인건비 건지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경북도 박순보 농수산국장은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에 쌀 수매 물량을 늘려달라고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면서 "수확철을 맞은 사과의 경우 동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농촌일손돕기 활동을 펼치는 등 어려움에 처한 농민들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상주·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경산·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군위의성·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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