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대구 달서구 월성동, 상인동 일대 아파트 단지와 학교를 휘젓고 다녔던 야생 멧돼지가 결국 경찰이 쏜 실탄을 맞고 사살됐다. 대구 아파트 단지에 멧돼지가 출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행히 주민의 피해 없이 사살됐지만 '제2, 3의 멧돼지 사태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겨울철 동면을 앞둔 야생 멧돼지가 먹잇감을 찾아 도심까지 진출할 우려가 있고, 호랑이 등 천적도 없어 개체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지자체 차원의 관리 대책은 전무하다.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이게 한 멧돼지는 2년생으로 추정되는 암컷으로 55㎏ 정도의 무게였지만 피하지방이 두꺼워 경찰이 쏜 권총 실탄을 맞은 뒤 M16소총으로 확인사살을 하고서야 겨우 잡을 수 있었다.
달서구청 녹색환경과 관계자는 "달성군 비슬산 일대에서 유해조수 포획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그곳에 있던 멧돼지 중 한 마리가 앞산, 와룡산에서 도심으로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 앞산과 와룡산 등 대구시 인근 등산객들은 한 달 전부터 멧돼지의 흔적이 자주 발견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말 대구 달서구 신당동 계명대 캠퍼스 인근 와룡산에 살고 있는 멧돼지가 잇따라 목격됐고, 앞산에 접해 있는 청소년수련원 인근에는 빈번한 멧돼지의 출몰로 달서구청이 일대에 펜스를 설치한 것은 물론 폐플래카드를 이용해 농작물 보호에 나섰다.
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전국의 멧돼지 평균 서식 밀도는 1998년 1㎢당 5.3마리에서 2009년 3.7마리로 줄었다. 그러나 대구 달성군의 경우 2006년 2.51마리던 것이 2008년에는 3.3마리로 소폭 증가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우리나라 멧돼지의 적정 개체수를 1㎢당 1.1마리 정도로 보고 있다. 멧돼지의 피해는 최근 5년간 335억4천만원으로 야생동물 중 가장 피해를 많이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사정이 이렇지만 지자체들은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 달서구청도 와룡산 등산로 입구와 청룡산 등에 멧돼지의 위험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었을 뿐 딱히 방법이 없다. 대구시도 마찬가지. 대구시 관계자는 "포획을 하려면 사냥개를 풀어야 하는데 시민들이 자주 찾는 산에 개를 풀면 위협이 되는 경우도 있어 난감하다"며 "유해조수 포획 허가를 적극적으로 내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자체들이 멧돼지 개체수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연중 일정기간 운영할 수 있는 순환수렵장 설치를 검토하고 멧돼지 개체수 증가 추이를 지속적으로 관찰해 개체수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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