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구미 해평습지를 찾은 두루미들이 예년에 비해 절반 가량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낙동강 살리기 사업으로 모래톱 등이 많이 줄어드는 등 서식환경이 열악해져 세계적 철새 도래지인 해평습지를 찾는 두루미가 감소할 것이란 지적(본지 10월 27일자 1면 보도)이 현실화된 것이다.
환경단체인 '습지와 새들의 친구'가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5박6일 동안 구미 해평습지에서 위장 막을 치고 모니터링을 한 결과 낙동강 지역을 찾은 두루미가 예년에 비해 절반 가량 줄었다. 김경철 '습지와 새들의 친구' 사무국장은 "두루미들의 이동이 아직 끝나지 않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10월 말까지 해평습지를 찾은 개체수가 1천여 마리로 지난해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며 "철새들이 날아와도 쉴 만한 장소가 없기 때문에 일본 이즈미로 바로 날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두루미들은 보통 이곳에서 며칠 밤을 자고 상승기류가 생기는 오전 10∼11시쯤 일본을 향해 날아간다"며 "그런데 올해는 이른 아침 서둘러 자리를 뜨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미시 조사에서도 7일까지 해평습지를 찾은 천연기념물 228호인 흑두루미는 1천140여 마리이며, 천연기념물 제203호인 재두루미는 10여 마리인 것으로 각각 파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흑두루미와 재두루미 등 2천500여 마리가 찾았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시베리아에 살다가 매년 10월 중순부터 11월 초순까지 한반도를 거쳐 일본 이즈미 등으로 가 겨울을 나는 두루미들이 해평습지를 외면하는 것으로 확인되자 학계에서는 그 원인을 파악하느라 분주하다. 학계 한 관계자는 "낙동강 사업에 따른 모래 준설과 농경지 리모델링 등으로 쉼터가 없어지고, 먹이 구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해평습지를 찾는 두루미 수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철 사무국장도 "한쪽에서 떠들썩한 공사가 진행되니까, 낮에도 흑두루미가 떴다가 앉기를 반복하는 등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낙동강 사업이 마무리되는 내년에 두루미 등 철새들이 날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철새 도래 기간에 공사를 중단하는 것은 물론 모래톱 준설 중단과 논과 습지 보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구미시는 10일 대구지방환경청 등과 함께 대구지방환경청에서 두루미 수가 줄어든 원인 등을 분석하는 회의를 열 계획이다. 구미시 관계자는 "구미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두루미 수가 줄어 원인을 파악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일본 이즈미에 도착한 두루미 수를 비교해봐야 어느 정도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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