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강모(40) 씨는 주식에 1천만원을 투자했다가 두 달 만에 40%나 손실을 봤다. 1주당 2천530원을 주고 샀던 전기차 관련주가 지난 5일에는 1주에 1천525원까지 떨어진 것.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780포인트에서 1,938포인트까지 8% 가까이 뛰어올랐다. 강 씨는 "연일 코스피지수가 연고점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정작 투자한 주식은 하염없이 떨어지기만 해 울화가 치민다"고 털어놨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사정권에 두고 있지만 속 터지는 개미들이 적지 않다. 지수는 연일 오르는데도 막상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하염없이 내리막길만 달리는 일이 다반사인 것. 전문가들은 지금 증시 상황이 개미들에게는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라고 지적한다. 종목별 차별화가 심해 자칫 손실이 나기 쉬운데다 지수 상승을 끌고 있는 대형 우량주에는 개미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특히 코스닥 일부 종목과 유가증권시장의 우선주나 테마주 등에서 '메뚜기형 시세 조정'이 반복돼 피해를 입는 개미들도 적지 않다.
◆위장 거래 주의보
오르는 장세를 이용해 시세 조정 세력들이 개미들을 나락으로 유혹하고 있다. 가격을 한껏 올려 치고 빠지는 위장거래가 코스닥주나 우선주, 테마주 등을 대상으로 활개를 치고 있는 것.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월 코스닥 A종목은 이틀에 걸쳐 49만 주에 달하는 집중적인 매수세가 이어졌다. 특히 둘째 날에는 오후 1시 이후 '사자'세가 몰리면서 주가가 6.4% 폭등했다. 특히 개장 전 3.8%나 더 높은 가격에 매도주문이 나왔고, 오전 10시 40분까지 이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장중 7.1%까지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를 기점으로 낮 12시쯤에는 보유 물량을 모두 팔아치웠다. 서로 짜고 고가에 주식을 사고팔아 주가를 끌어올린 뒤 개미들을 유혹해 차익을 남기고 빠지는 '통정매매' 수법이다. 거래소 측은 이날 전체 매수량 196만 주 가운데 122만 주(62%)가 이 같은 가장성 매매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동일인이 여러 계좌를 개설해 이런 위장거래를 한다면 '가장매매'에 해당한다. 모두 전형적인 시세조정 수법들이다. 김성태 시장감시1팀장은 "주로 코스닥을 중심으로 10개 종목가량을 대상으로 2~7일 간격으로 '메뚜기'처럼 옮겨다니며 치고빠지는 시세조정 양상을 보였다"며 "여러 증권사에 계좌를 분산한 가장매매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 급등 종목에 피해 입기도
발행주식이 50만 주 이하인 우선주나 테마주 등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이른바 업계에서 '잡(雜)주'로 불리는 종목들이다. 이들 종목은 갑작스러운 호가 급등이나 매매수량 증가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발행주식 수가 적기 때문에 시세 조정이 어렵지 않다는 점도 의심스러운 이유다. 모 정보통신 종목의 경우 우선주 주가가 지난 3일 5만4천원까지 치솟았다. 불과 3개월 전 2천200원대에 머물던 주식이다. 무려 24배나 오른 셈이다. 특히 구(舊)주 주가는 같은 날 3천190원에 그쳤다.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가 구주보다 주가가 20~30%가량 낮은 게 일반적임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힘든 주가인 셈이다. 특히 이 종목은 지난 8월에는 무려 16거래일 연속으로 상한가를 치며 주가를 9배나 끌어올렸다. 대구의 모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형 초단기 거래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내고 빠지는 종목들이 상당수 눈에 띈다"며 "이들은 투자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테마에 따라 몰려다니는 경우가 많고 개미들이 '뭐가 있나' 싶어 들어갔다간 손해만 보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오르는 종목만 오른다
유동성 장세에서 오르는 종목만 오르는 종목별 차별화 현상이 두드러진 점도 개미들이 돈을 못 버는 이유다. 특별한 상승 모멘텀이 없는 상태에서 개별 기업의 실적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 것. 특히 최근에는 올 4분기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가 높아진 업종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 등 자동차주와 현대중공업, S&T대우 등 기계·조선주, LG화학을 내세운 화학주 등이 주가 상승을 주도하는 이유다. 돈 되는 종목이 아니라면 아무리 지수가 전반적으로 올라도 '남의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주가 흐름을 주도하는 외국인들의 매매 추이를 개미들이 따라가기도 힘들다. 최근 외국인들이 대거 사들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LG화학, LG, NHN, 현대중공업 등의 주가는 적게는 주당 20만원에서 78만원에 이른다. 개미들이 선뜻 사기에는 주가 수준이 너무 높다. 또 중·소형주나 코스닥 종목의 경우 외국인 매매를 무조건 따라하다가 손해를 보기도 한다. 시가총액이 크지 않은 이런 종목들은 막차를 탔다가 외국인이 휩쓸고 지나가면 빈손으로 떠나야하는 경우도 생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코스피지수는 20% 이상 올랐지만 개인투자자들의 계좌수익률은 10%대에 불과하다"며 "개미들은 증시를 주도하는 외국인·기관 투자가들과 일부 세력들에 비해 불공정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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