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가 처음 미국 시장에 진출할 무렵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과 미국인들은 대놓고 코웃음을 쳤다. 카롤라와 같은 값싼 소형차만 만들던 도요타가 세계 최고의 고급 차를 만들겠다고 큰소리쳤으니 '날것(스시)이나 먹는 녀석들이 웬 럭셔리카'라는 투였다. 하지만 1989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LS 400 등을 공개한 렉서스는 불과 20년 만에 세계 최고의 메이커로 우뚝 섰다.
반면 기고만장하던 GM과 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산더미 같은 적자에다 세계 경제위기까지 겹쳐 휘청댔다. 다급해진 CEO들이 정부의 긴급 구호 자금을 얻기 위해 재무장관의 소집에 한달음에 달려가야 하는 처지가 됐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했듯 과거 자동차 왕국은 미국이었다. 이런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107년 역사의 포드자동차다. 1908년 825달러의 저렴한 가격에 출시한 T모델은 미국 시장의 절반을 휩쓸었다. 포드는 1980년대 애스턴 마틴'볼보'재규어'랜드로버를 잇따라 인수하며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지금은 말 그대로 빈 주먹 신세다. 지난해 포드가 한국에서 판 자동차는 3천 대도 되지 않는다. 미국 차 모두 합해도 5천 대를 넘지 못했으니 체면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상황이다.
이런 포드가 최근 미국 주요 일간지 등에 "한국에서 고작 1대의 미국 차가 팔릴 동안 미국에는 52대의 한국 차가 수입되고 있다"는 이상한 광고를 실었다. "한'미 FTA가 개정되지 않는다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는 악담까지 했다. 자신을 불공정 무역의 피해자로 분식하려는 딴죽 광고다. 이런 광고가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데는 성공할지도 모르겠으나 FTA 특혜나 챙기겠다는 의도라면 포드의 미래는 결코 밝아 보이지 않는다.
미국 차가 차별 때문에 팔리지 않는다는 포드의 주장은 터무니없다. 내세울 만한 기술력도 없고 구린 디자인에 기름만 먹어대는 미국 차가 세계시장에서 팔린다고 생각한다면 이미 승부는 났다. '줘도 못 먹는' 무능한 제 탓은 않고 '일류' 미국 차를 외면하는 한국 소비자만 엉덩이에 뿔 난 소비자로 만드는 꼴이다. 올해 한국에서 2만 대 이상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린 벤츠와 BMW 등 독일 차들의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 포드는 알아야 한다. 미국 차가 이런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신문에 광고조차 낼 수 없는 날도 머지않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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