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동수의 야구토크] 프로야구가 인기 있는 이유

2009년 592만5천285명, 2010년 592만8천626명이 프로야구 경기장을 찾았다. 3년 연속 500만 관중 돌파다. 프로축구의 2009년 관중 224만 명과 비교하면 프로야구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라는 장애물이 있었음에도 올 프로야구는 국내 최고 프로스포츠의 자존심을 유감없이 지켜냈다. 폭염과 비가 반복되는 날씨의 변덕스러움도 야구의 열기를 잠재우지 못했다. 이는 프로야구가 성적에 따라 큰 변화를 보이는 단순한 놀이 문화가 아닌 생활의 일부분인 여가 문화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프로야구가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의 박찬호와 일본프로야구의 이승엽을 보면서 미국과 일본의 야구문화와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우리 국민들은 그들이 뛰고 있는 야구계를 평정했다는 생각에 가슴 벅찼을 것이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금메달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준우승은 월드컵 열기만큼이나 뜨거운 응원문화를 만들었으며 국민들의 가슴에 희망을 심어 주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해본다.

두 번째는 소비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젊은 층의 야구장 유입이다. 특히 여성 팬들의 증가는 기존의 야구장 문화를 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과거 정치적인 성향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던 야구장은 이제 정치적 갈등의 장이 아닌 문화 교류의 장으로 변화되었다. 좋아하는 팀에서 좋아하는 선수로 팬들의 기호가 바뀌면서 또 다른 응원문화가 나타나고 있다.

세 번째는 야구장이 더 이상 야구만 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젊은이들의 생각과 가치관, 기존세대와는 다른 색깔을 표출하는 의미 있는 장소가 된 것이다. TV에 자주 등장하는 이색적인 복장과 응원문구는 단순히 언론의 조명을 받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만의 가치관과 이데올로기를 표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네 번째는 야구의 본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야구는 9회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되며 많은 점수를 잃기도 하고, 얻기도 한다. 실수도 있고, 실수를 만회하기 위한 노력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인생의 과정과도 같다. 경기에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방에 뒤집을 수 있는 것이 야구이다. 우리는 가끔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얻고자 할 때가 있다. 야구가 다른 경기와 달리 한번에 4점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모든 이들이 야구에 빠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3년 연속 500만 관중 시대는 이승엽의 성적에 따른 관심도와 반비례한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이승엽이 부진으로 TV에서 사라지면서 국내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과거 프로야구는 이승엽의 활약에 따라 웃고 운 적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야구를 되돌아보면 씁쓸하기만 하다.

지난 3년간은 많은 일들이 있었다. 롯데의 맹활약과 삼성의 세대교체, KIA의 우승, SK의 엔터테인먼트의 시도 등 팬들에게 많은 재미를 주었다.

이제 각 구단에서 조금만 더 팬들을 생각하면 좋겠다. 600만 관중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각 구단의 팬들에 대한 노력이 좀 더 요구된다. 올해보다 나은 팬 서비스와 팬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동수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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