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건축조합 "공사해줄 업체 어디 없나요"

대구시내 24개 조합 시공계약도 못해

"우리 조합의 재건축 공사를 맡아줄 건설사 어디 없나요?"

2년 전 구청의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대구 남구 A재건축조합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주택경기 침체의 여파로 재건축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1천여 가구 규모의 재건축 사업을 계획하고 있지만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조합 관계자는 "지역 건설사는 물론 역외 건설사에 사업 제안을 했으나 선뜻 나서는 곳이 없다"며 "요즘 건설사의 아파트 신규 분양이 다소 활기를 띠고 있다고 하는데, 아직 재건축시장은 찬바람만 돌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지역 재건축조합들이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주거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 주택경기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건설사들이 시공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설립인가를 받은 재건축조합은 68개이며, 이 가운데 준공을 한 곳은 20개 조합이다. 나머지 48개 조합 가운데 시공사 계약을 한 곳은 24개 조합이며, 그나마 착공을 한 경우는 5개 조합에 불과하다. 재건축 사업을 진행해야 할 조합 중 절반이 시공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성구 범어동 B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조합 설립 4년 만에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해 사업을 추진, 최근 분양을 시작했다. B재건축조합 조합장은 "5년 전 조합 설립 이후 시공 계약을 맺은 건설사만 3개에 이르며, 이들 모두 도산과 자금난 등으로 재건축 사업에 난항을 겪었다"며 "이후 조건에 맞는 건설사를 찾는 데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수성구 C재건축조합 관계자는 "4, 5년 전에는 건설사들이 서로 재건축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요즘은 조합이 건설사를 상대로 시공을 부탁해야 할 형편"이라며 "서울의 대형 건설사나 지역 건설사들은 시공을 꺼리고 있어 다른 지방의 중소 건설사와 협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조합이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대해 ▷주택경기 침체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 저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을 통한 사업자금 조달 어려움 ▷조합원의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꼽고 있다.

건설사들은 주택시장 및 금융 환경이 부동산 활황기에 비해 열악해졌기 때문에 조합이 재건축사업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라주택 최원근 부사장은 "일거리가 없는 마당에 건설사가 시공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조합과 건설사의 이해 관계가 '접점'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시공사 선정이 난항을 겪는 것"이라며 "조합들이 요구하는 이주비 지원 규모나 무상지분율 등은 현재의 주택시장 상황에서는 건설사가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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