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의 단풍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던 나무들이 그새 날씨가 쌀쌀해지자 온몸으로 잎사귀를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내년 봄 새싹을 틔우기 위해서다. 떨어지지 않은 낙엽은 봄이 되면 새싹이 돋는 것을 방해한다. 버려야 할 것은 버려야 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이것이 쉽지가 않은 듯하다. 많이 가지면 자랑하고 싶고, 재능이 많으면 드러내고 싶고, 자리가 높으면 인정받고 싶어한다. 언젠가는 부질없이 스러질 것인데도 집착하는 게 인간의 본능인가 보다.
"어차피 스스로 혁신 안 하면 자멸한다는 건 대학이 더 잘 안다. 학부모, 학생들도 혁신될 학교인지 그대로 스러질 학교인지 먼저 안다." "회사가 부도로 쓰러지자 근로자들은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했다."
앞서의 문장에 나오는 '스러지다'와 '쓰러지다'를 구분해 보자.
'쓰러지다'는 힘이 빠지거나 외부의 힘에 의하여 서 있던 상태에서 바닥에 눕는 상태가 되다, 사람이 병이나 과로 따위로 정상생활을 하지 못하고 몸져 눕는 상태가 되다를 뜻하는 말이다. "술 취한 행인이 길에 쓰러졌다." "아버지가 쓰러진 뒤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졌다."로 쓰인다. '스러지다'는 형체나 현상 따위가 차차 희미해지면서 없어지다, 불기운이 약해져서 꺼지다의 뜻으로 "죽음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지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더라." "스러지는 불꽃."으로 활용한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여성위원회는 11월 8일 '종교별로 본 웰다잉'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경식 가톨릭의대 명예교수는 "죽음은 인간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이지만 아주 놀라운 힘을 갖고 우리를 변화시킨다."면서 "죽음의 힘에 의하여 깨끗하게 정화된 우리의 양심이 지난 삶을 뒤돌아보면서 사랑의 삶을 살아왔는지 스스로 물어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또 김기호 불교여성개발원 교육위원은 "가장 좋은 죽음을 맞는 방법이란 사실 가장 좋은 삶을 사는 것이다."며 "가장 좋은 삶은 자비심에서 나오고, 자비심은 타인에 대한 연민과 사랑에서 나온다."라고 말했다. 죽음 앞에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무섭다'와 '두렵다'는 어떻게 다를까. 둘 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을 드러내는 낱말이다. '무섭다'는 어떤 대상에 대하여 꺼려지거나 무슨 일이 일어날까 겁나는 데가 있다, '두렵다'는 어떤 대상을 무서워하여 마음이 불안하다, 마음에 꺼리거나 염려스럽다는 뜻으로 구별이 쉽지 않다. "아버지 대하기가 무서워서 그는 친구네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너는 그런 악행을 저지르고도 후환이 두렵지 않으냐?"로 쓰인다. '무섭다'는 것은 느낌을 일으키는 힘의 연유가 무엇이며 어떠한지를 알고 있을 적에, '두렵다'는 그것을 모르고 있을 적에 빚어지는 느낌이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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