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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원태의 시와 함께] 하루/ 최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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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잘 살기란 힘들지요

하루는 하루살이의 전 생애지요

하루살이에게 시한부로 걸린 하루는 사실 하루가 아니지요

사랑하고 꿈꾸고 아이 낳고 투병까지 하는 사람들의 생애지요

삶의 시간은 배고팠지만

하루만 살고도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고 삶을 구걸하지 않는 하루살이

바둥거리지 않고 내리꽂히는 가파른 죽음을 보셨는지요

사람들에게는 없는 하루지요

그렇다. 저 하루살이들처럼 '하루'를 치열하게 잘 살기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내일이 있다고 알고 있고 당연히 내일은 또 와 주리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하루'쯤은 잘 못 살거나 게으름피우며 쉬어가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 내일은 불투명하고 누가 확실하게 보장해주는 시간이 아니다. '지금, 여기'라는 화두 같은 한 마디가 그래서 크고 소중하다.

하루살이는 실제로는 하루가 아닌 3일 정도를 산다고 한다. 하루냐 3일이냐 보다 중요한 것은, 물속에서 6개월에서 3년간의 애벌레 시기를 거친다는 사실이다. 하루살이에게도 며칠이 아니라 긴긴 생애가 감추어져 있다. 그 세월 동안 허물 벗기를 여러 번 하고, 물속에서 온갖 위험 속에 살아남은 끝에야 비로소 주어진 단 며칠 화려한 날개의 삶을 살다가 산화한다. 하루살이에게는 그 시련의 하루하루가 있었기에 비로소 태양 아래 눈부신 날개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하루'라는 말은 어원이 따로 있지만, 일본어 발음으로 '하루'는 봄이라는 뜻이다. 억지 해석일 수도 있겠지만 왠지 의미가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가. 비록 계절은 늦가을일지라도 '지금, 여기'의 이 순간이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하루, 빛나는 봄처럼 시작해 볼 일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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