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과 곶감, 명주(견직물)로 유명해 '삼백(三白)의 고장'으로 불리는 상주에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도심에 자동차 경적 소리가 없다는 사실을 상주에 와 본 사람이라면 실감하게 된다.
자전거가 8만5천여 대나 돼 가구(전체 4만1천여 가구) 당 자전거 평균 두 대 이상을 보유할 정도로 자전거가 많은 '자전거 도시'라는 점과 도심에 자동차 경적 소리가 없다는 사실은 무관하지 않다. 상주 도심 주요 도로를 자전거들이 많이 통행하다 보니 자동차를 모는 사람들이 차량 경적을 울리는 것은 '금기사항'처럼 돼 있다. 자전거 타는 사람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 자칫 크게 경적을 울리면 자전거를 타고 가던 사람이 놀라 도로 안쪽으로 넘어지면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주시청이 있는 방사형 도심으로 들어가면 차량 속도는 20~30㎞로 확 떨어진다. 아무리 러시아워 때라도 경적을 울리는 차량을 찾아볼 수 없다. 혹시 경적을 울리는 차량이 있으면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이나 보행자들에게 눈총을 받는다. 보행자나 자전거를 탄 사람이 무단횡단을 하더라도 차량은 일단 정지해 기다리는 게 상주에서의 미덕이다. 상주를 처음 찾았다가 중앙선을 넘어 무단횡단하던 사람을 향해 경적을 울렸던 대구의 김모(45) 씨는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부끄러웠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경적을 상습적으로 울리는 몇몇 차량은 속칭 시민들에게 '찍힌' 영업용 차량이라고 한다. 상주시청 하상섭 공보계장은 "오랫동안 살았어도 경적을 울리는 차량은 영업용 일부를 제외하고 본 적이 없으며, 운전하면서 상주에서 경적을 울려 본적이 없다"며 "이는 여유있는 상주 사람들의 민심을 반영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도심 무경적' 분위기에 대해 쌀 생산으로 연간 1천800억원, 곶감 생산으로 연간 2천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농촌의 부자도시인데다 대부분 시민들이 전통을 중시하고 바쁘게 살지 않는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하는 것으로 상주 시민들은 스스로 해석하고 있다.
상주·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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