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추어올리는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8일 치러졌다. 올해는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개최(11, 12일)로 인해 예년에 비해 1주일가량 늦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온 나라가 긴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입 수능은 수험생을 둔 학부모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든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등 12년간 이 시험을 위해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번의 시험으로 대학 선택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해서 전형 방법을 바꾸고 있지만 속 시원한 해법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야간 자율 학습이나 사설 학원을 마치고 밤늦게 귀가하는 수험생들을 보면 안쓰럽고 가엾기만 하다. 지금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도 바늘구멍을 뚫고 나가는 것만큼 어려운 취업문이 버티고 있어 곧바로 취업 준비에 돌입해야 하니….

"당신의 가이없는 지혜와 자비와 힘을 기리나니, 비움으로 채우시고 감춤으로 기르며 흐름으로 살리시는 그 크신 덕이여." "케이블채널 FX가 필요할 때만 남성다움을 강요당하며 사는 이 시대 가엾은 남성들을 위해 '남자의 날' 제정 운동을 벌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10년 동안 자신이 구미호라는 것을 비밀로 하기로 약속한 남편에게 10년 되기 하루 전날 배신을 당하는 가엽은 귀신이었다."

앞서의 문장에 나오는 '가이없는' '가엾은' '가엽은' 중에서 '가이없는'은 잘못된 표기이다. '가엾다'는 마음이 아플 만큼 안 되고 처연하다라는 뜻으로 '가엽다'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복수표준어이다. 끝이 없다, 한이 없다는 뜻인 '가없다'는 '가엾다' '가엽다'와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18일 대입 수능에서 제 실력을 십분 발휘한 수험생도 있겠지만 생각만큼 못 치른 수험생도 있을 것이다. 기가 죽어 있는 수험생에게 책망보다는 따뜻한 위로의 말과 함께 최선을 다했다고 칭찬을 해주면 어떨까. 쉽지 않겠지만 이미 나온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용기를 갖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칭찬에 약하고 칭찬을 들으면 나 자신이 조금 더 자랑스러워진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남을 칭찬하는 데 인색하다.

'추어올리다'는 실제보다 높여 칭찬하다의 뜻을 지닌 단어다. '추어올리다'는 '추어주다'와 복수표준어로 "옆에서 자꾸 추어주니 그도 공연히 우쭐대는 마음이 들었다."로 활용하지만 '추켜올리니' '치켜세우니'로 표기하면 잘못이다. '추켜올리다'는 위로 솟구어 올리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칭찬할 때는 '치켜세우다'가 바른 표기이다. 함께하는 가족과 이웃을 닦달하기보다 추어올려 주는 한 주를 만들어 보자.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