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예비군 소집 허위 메시지…"국가적 위기에도 장난치나" 분통

포격후 불타는 가짜 사진 유포

북한의 연평도 포격 소식에 유언비어가 속출했다. 예비군 소집 허위 문자 메시지가 발송되고 포격 현장을 가장한 가짜 위성 사진이 퍼지는 등 시민 혼란이 가중되자 검찰은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예비군 4년차 직장인 정민수(29) 씨는 23일 오후 6시쯤 동예비군 중대에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연평도 사태와 관련해 출동하라는 허위 문자에 현혹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정 씨는 "앞서 예비군 동원령이 떨어졌다는 메시지를 받고 군복을 챙기려 했는데 조금 뒤 가슴을 쓸어내렸다"며 "누가 이런 장난을 쳤는지 무척 화가 났다"고 했다.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예비군 소집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하자 트위터(twitter)에서는 '허위 문자에 속지 말라'는 내용의 글들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허위 문자 대처법'을 알려주는 글도 잇따르고 있다.

네티즌들은 휴대전화에 온 허위 문자 메시지 사진을 찍어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그는 "이런 문자 메시지를 받으면 발신번호를 확인한 뒤 동예비군 중대에 연락해야 한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은 쓴맛을 봐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예비군 징집' 같은 허위사실을 휴대전화나 인터넷 등을 통해 유포해 혼란을 야기하면 전기통신기본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온라인 상에서는 '연평도 현장 위성 사진'이라는 이름의 가짜 사진이 급속히 퍼졌다. 트위터를 중심으로 "연평도 현재 위성 사진입니다. 무시무시하군요"라는 내용의 글과 사진이 빠르게 확산된 것. 네티즌들은 "이제 진짜 전쟁인가요" "전쟁이 나기 전에 라면을 사러 대형마트에 가야겠다"며 이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 사진은 2003년 4월 2일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바그다드 사진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적 위기 상황을 이용해 장난을 치는 사람에게 분통을 터트리는 장병들도 있었다. 제대를 이틀 앞두고 마지막 휴가를 보내고 있는 K(23) 병장은 "연평도에서 우리 측 군인 2명이 죽었는데 이런 심각한 상황에 장난을 치는 사람들을 보니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우리가 휴전 중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무개념의 소유자들"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경찰청은 24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예비군 동원령이 내려졌다'는 허위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김모(28) 씨와 윤모(25) 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이들은 지인을 속이고자 자신의 휴대전화번호 대신 국방부 대표 민원전화나 권익위 콜센터 번호를 발신자 번호로 가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장난 삼아 보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이 발신자가 국방부나 권익위로 돼 있는 메시지를 받고 불안을 느낀데다 일부 피해자는 국방부에 확인 전화를 하는 등 업무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김 씨와 윤 씨를 일단 귀가시키고 불구속 입건할 계획이며, 허위 문자메시지 유포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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