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임나일본부설 허구 파헤친 김석형

"메이지 이후 일본 사학자의 한국사연구 100년의 총화" 한때 일본 사학계는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을 이렇게 극찬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였지만 국내 사학계는 제대로 된 반론을 펴지 못했다. 그런 답답함을 후련하게 풀어준 이가 1966년 '초기 조일(朝日)관계연구'라는 저서를 통해 임나일본부설의 허구를 파헤친 월북 사학자 김석형(1915~1996)이다.

대구 출신으로 경성제국대학을 졸업했다. 양정중학교 교원으로 있다가 1945년 반일 지하조직 사건에 연루돼 해방 때까지 함흥형무소에서 복역했다. 선배학자 김광진의 권유로 1946년 월북한 뒤 김일성종합대학 교수,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장, 사회과학원장,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등을 지냈다. 임나일본설에 대한 그의 반론의 핵심은 '분국론'(分國論)이다. 임나일본부가 한반도가 아니라 일본에 있었으며 한반도 계통의 민족의 진출로 형성된 일본 내 크고 작은 분국들을 본국인 고구려, 신라, 백제가 지배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일본 내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일본 사학계의 기존 한일관계 연구에 대한 일대 자성의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현재 일본에서도 임나일본부설을 믿는 사람이 거의 없게 된 것은 그의 연구가 시발점이었던 것이다. 1996년 오늘 사망했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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