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기는 광저우] '원더풀 광저우' 기치에 속앓는 시민들

강제 이주·차량 진입금지·영업시간 제한… '장애인 대회' 남아 불편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막바지에 다가섰다. 9천여 명의 취재진이 머물렀던 메인프레스센터(MPC)는 25일 한산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상당수 취재진들은 이미 귀국길에 올랐다. 선수촌 역시 선수들의 귀국으로 불 꺼진 곳이 많아졌다.

그러나 폐막을 앞둔 광저우 시민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손님을 떠나보내는 집주인의 서운함 때문이 아니다. '통제'로 인한 불편을 한 달 더 겪어야 한다는 게 이유다.

중국 정부와 대회조직위는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시민들에게 생활 불편을 안겼다. 개·폐막식 불상사를 사전 봉쇄한다며 하이신사 주변의 건물과 아파트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켰다. 교통체증을 해소하고 대기오염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이달 초부터 차량 2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화물차의 도심 진입도 금지시켰다. 시내 중심가의 음식점, 술집 등의 영업시간을 제한했고, 길거리 음식 판매도 일절 못하게 했다.

덕분에 선수단의 경기장 이동은 막힘이 없었고 휴지 하나 떨어져 있지 않은 거리를 보며 손님들은 "원더풀 광저우"를 외쳤다. 도시 전체를 진동하는 돼지·양·닭을 볶는 기름 냄새를 맡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통제와 감시가 빚은 아름다움의 내부는 온통 불평으로 가득 차 있다. 식당을 하는 교민 서영운(43) 씨는 "광저우 시내는 밤늦은 시간 활기를 띠지만 아시안게임으로 영업시간이 오전 1시로 제한돼 매출감소를 겪고 있고,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까지 제한하고 있다"며 "곳곳에 공안 등 감시자들이 숨어있어 식탁에 재떨이조차 놓지 못한다"고 했다.

시내에서 벗어난 외곽지역도 마찬가지. 술집은 물론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마사지 집까지 일찍 문을 닫도록 해 업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한 상인은 "온갖 제한으로 관광객들마저 인근 도시인 심천이나 동관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승용차 대신 만원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다 지하철을 탈 때마다 검문검색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 속에 일상을 빼앗긴 광저우 시민들의 불편은 끝이 아니다. 내달 12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장애인아시안게임이 종료될 때까지 앞으로 한 달 더 손님에게 안방을 내줘야 하는 처지다.

일찍이 개방 바람을 안은 덕분에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자유의 도시 광저우 시민들이 '격정성회 화해아주'(激情盛會 和諧亞洲:정으로 성대히 대회를 치러 아시아의 조화에 이바지하자)라는 강압적 기치 아래 고통을 겪고 있다.

광저우에서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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