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증시 '구원투수' 연기금…올들어 8조3천억 순매수

북한의 연평도 도발 사태 이후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 24일, 급락하던 증시를 떠받친 건 연기금이었다. 이날 연기금은 2천54억원을 순매수했다. 덕분에 1,882.52까지 빠졌던 코스피지수는 약보합 수준인 1,925.98까지 회복됐다. 이날 연기금이 사들인 순매수 규모는 외국인과 기관의 총 순매수의 44%가 넘었다.

연기금이 국내 증시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증시에 악재가 터져나올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해 주식을 사들이며 지수를 방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기금이 올 들어 사들인 순매수 규모는 8조3천억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3대 연기금의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감안하면 올 연말까지 1조원 이상 추가 매수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11개월 연속 사자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올 들어 8조3천201억원의 주식을 사들였다. 증시를 주도했던 외국인의 순매수액인 18조2천974억원의 45.4%에 이르는 규모다. 연기금은 이달 들어서만 1조원 넘게 순매수하는 등 월 평균 7천500억원치를 사들이며 11개월째 매수우위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하락장에서 저가 매수를 할 뿐만 아니라 횡보장이나 상승장에서도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연기금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옵션만기일 충격 직후는 물론, 천안함 침몰 사건,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 둔화, 중국의 긴축 등 다양한 악재들로 30포인트 이상 급락한 지난 8월과 5월, 1월에도 연기금은 300억~3천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속에서 일정한 투자수익을 올려야하는 연기금이 양호한 기업실적과 경제 성장 전망을 바탕으로 주식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 매수 여력 여전해

증권업계는 올 연말까지 연기금의 매수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이 여전히 목표치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전체 운용자산의 16.6%를 국내주식으로 채워야하는 국민연금의 경우 아직 1조원 가량의 매수 여력이 있는 상태다. 국민연금은 전체 운용기금 311조6천억원 가운데 국내 주식에 47조7천억원을 투자했다. 공무원연금은 전체 운용 자산 4조6천억원 중 주식에 7천300억원(15.8%)을 투자했다. 올 주식 목표치인 16.6%에는 다소 못미친다. 올해 투자 비중 목표를 20.3%로 잡고 있는 사학연금도 전체 운용자산 1조8천억원 중에 국내 주식에 3천200억원(18.0%)만을 투자한 상태다.

◆연기금이 주로 사는 IT·금융주 관심

전문가들은 최근 외국인의 '사자세'가 주춤하면서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연기금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연기금이 최근 관심을 쏟고 있는 업종은 IT와 금융주다. 연기금이 이달 들어 사들인 상위 10개 종목 중 7개가 IT와 금융주였다. 연기금은 삼성전자를 2천8억원치 매수한 것을 비롯해 삼성화재(1천779억원), 하이닉스(947억원) LG전자(831억원) 기업은행(803억원) 등을 집중매수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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