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마지막에 웃자

세월은 참으로 빠르다. 벌써 11월 하순이다. 올해도 달력이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 옛날에 새색시가 시집가서 김장 서른 번 담그면 환갑이라는 말이 있다. 매년 이맘때면 만감이 교차하고 마음이 바빠지며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지곤 한다. 그처럼 올해만은 계획과 목표를 이루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했건만 또 후회와 자책감으로 깊은 한숨을 쉰다. 달력의 남은 날 수에 동그라미를 치며 알차고 의미있게 보내려고 애써본다.

영어 속담에 '마지막 웃은 자가 가장 잘 웃는 자이다'(He who laughs last, laughs best)라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부족한 삶을 살았더라도 마무리를 잘 하고 끝까지 완주를 하는 것이 삶에 의미가 있는 법이다. '용두사미'(龍頭蛇尾)처럼 사는 인생이 많다. 처음에는 용의 머리처럼 거창하게 잘 하는 것 같다가 나중에는 뱀의 꼬리처럼 흐지부지하게 인생을 사는 자들이다. 반면 '유종지미'(有終之美)의 인생도 있다. 삶이 갈수록 좋아지고 마무리를 잘 하는 삶이다. 운동 경기는 전반전에 점수를 많이 따면 후반에 졸전을 해도 얼마든지 승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인생의 경기는 다르다. 아무리 인생의 경기 전반에 잘 살았어도 후반에 가서 잘못하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인생 후반에 잘못된 인생은 결국 실패 인생이며, 비록 인생 전반에 부족하였지만 인생 후반 마무리를 잘 하면 성공 인생이 된다.

동방아동복지회 설립자 김득황(94) 박사가 있다. 본래 역사학자이며 공직자로 내무부 차관까지 지낸 인물이다. 그는 고령임에도 1973년 복지회를 설립해 6만 명의 고아들을 입양시킨 감동적인 삶을 살았다. 또 후학들의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고자 말년에 만주 역사를 집필하였다.

세월은 흐른다. 침대 머리맡에 있는 자명종 시계는 때에 따라 몇 번이라도 태엽을 되감을 수 있다. 그러나 인생에 주어진 시간이라는 태엽은 두 번 다시 되감을 수 없다. 인생의 시간은 이미 감겨져 있었고 계속해서 풀리기만 한다. 또한 한 번도 다 풀리기 전에 언제 멈출지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스위스의 한 80세 노인이 자신의 인생을 계산해 보았다. 잠자는 시간 26년, 일하는 시간 21년, 먹는 시간 6년, 기다리는 시간 5년, 고민하는 시간 5년, 수염 깎고 세면하는 시간 228일, 넥타이 매는 시간 18일, 담뱃불 붙이는 데 12일이었지만 진심으로 행복했던 시간은 불과 46시간이었다고 했다. 세월을 아껴야 한다. 시간의 우선순위를 잘 세워야 한다. 최선을 다하면서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 헛되고 부질없는 곳에 시간을 버려서는 안 된다. 더욱이 용두사미의 인생 모습을 버리고 유종지미의 인생을 살자.

정준모 대구성명교회 목사'대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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