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오전 대 국민담화를 통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과 향후 대응 방안을 밝혔다. 이 대통령이 연평도 사태 이후 엿새 만에 대국민담화를 가진 것은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불과 반년 만에 도발을 재개한 북한에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특히 이번에는 민간 지역에 대한 공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해 국민의 불안감이 더욱 커진데다 북한의 도발 야욕이 더욱 노골화된 만큼 추가 도발을 막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국내외에 천명할 필요성도 있었다.
담화에서 가장 강조된 부분은 북한에 대한 규탄이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이번 무력 도발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르다. 1천400여명의 주민이 평화롭게 사는 섬마을을 무차별적으로 포격했다"며 연평도 포격을 반인륜적 범죄로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포탄이 떨어진 10여m 옆이 학교였던 사실을 지적하며 "북한 정권의 잔혹함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또 "북의 도발에는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며 추가 도발 시에는 단호한 응징을 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직접 지목하며 규탄하지는 않았다. 남북 교류와 관련, 유일하게 남은 대북 지원 방식인 인도적 차원의 지원 중단과 개성공단 사업의 축소 운영 등도 예상됐지만 언급하지 않았다.
강력한 국방력을 갖춰 강력한 국방력을 갖춰 북한이 어떤 경우에도 쉽게 도발하지 못하는 억제력을 갖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군을 군대다운 군대로 만들겠다"며 "서해 5도는 어떠한 도발에도 철통같이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군을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한 국방 개혁은 계획대로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앞서 연평도 도발 직후 "서해 5도 지역에 세계 최고의 장비를 갖추는 등 우리 군의 전력을 증강하는 데에 힘을 쏟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장병들은 용감히 싸웠다. 포탄이 빗발치는 가운데 철모에 불이 붙은 줄도 모르고 임무를 다했다"며 고(故) 서정우 하사, 문광욱 일병을 추모하고 이들의 희생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부상당한 해병대원 등이 하루 빨리 쾌유하기를 기원하면서 주거대책·피해 보상 등 연평도 주민들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준 전시 상황에 걸맞은 국민 안보 의식 제고와 국민 단합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을 놓고 국론이 분열됐던 것과는 달리 이번처럼 국민의 단합된 모습 앞에서는 북한의 어떠한 분열 책동도 발붙이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 국민의 용기와 저력을 믿는다. 국민과 함께 결단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하나된 국민이 최강의 안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이 28일 제의한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에 대해 언급할 것인지도 주목됐지만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 일본, 독일, 영국 정상들 뿐 아니라 러시아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고 우리 입장을 적극 지지해줬다"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전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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