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응해 28일 핵항모까지 동원된 서해 한미 연합훈련으로 남북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남북 이산가족과 대북 지원 민간단체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로 북한과의 대화와 왕래가 상당 기간 끊기면 이산가족 상봉과 북한 주민 지원도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
막 여든을 넘긴 김모 할아버지는 요즘 TV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가슴 속은 바싹 타들어간다. 기력은 떨어져만 가는데 천안함 사태에 이어 연평도 포격까지 발생해 형을 만나겠다는 염원이 갈수록 아득해지는 것 같아서다.
김 할아버지는 "6·25전쟁 때 편찮으신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형님을 고향 개성에 두고 먼저 피란길에 나섰다 더 이상 보지 못했다"며 "어서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돼 형님 얼굴을 한번 보는 것이 늙은이의 마지막 소원"이라고 했다.
이 모 할아버지 역시 시시각각 들려오는 뉴스 때문에 초조하다. 꿈에 그리던 어머니 얼굴은 가물가물해져 가는데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당분간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걱정이 앞선다. 이 할아버지는 "이미 어머니가 100세를 넘겼지만 큰아들인 날 만나기 위해 반드시 살아계실 거라 믿는다"며 "제발 이번 사태가 한 고비를 넘겨 이산가족이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인도주의 입장에서 북한 주민 돕기를 해 온 민간단체들도 연평도 사태로 후원 손길이 줄어들까 걱정이다.
남북평화나눔운동본부는 다음달 11일 두류공원에서 '평화와 나눔을 위한 대구시민 걷기대회'를 열고 참가비 겸 후원금 5천원을 받아 북한 어린이들에게 줄 내복을 장만할 계획이다. 2007년과 2008년에는 각각 어린이용 내복 3천800벌, 6천800벌을 전했지만 이번에는 기대만큼 후원금이 모일지 걱정이다.
이곳 김두현 사무처장은 "행사 당일 현장에서도 참가 접수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선 행사를 치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추위에 떨 북녘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번 사태가 빚어진 게 너무 아쉽다"고 했다.
2006년부터 3년 동안 5만~7만 장을 보냈고 올해 2월에도 연탄 5만 장(2천500만원 상당)을 강원도 고성군 장전리에 보낸 한반도연탄나눔운동본부도 남북 경색 국면이 하루빨리 해소되길 바랐다.
연탄나눔운동본부 대구경북지부장인 한재흥 목사는 "내년 2월쯤 다시 방북할 계획인데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고통받을 북한주민들을 생각하면 남북 위정자들 모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5년 결성된 북녘어린이 영양빵공장 대구경북사업본부 역시 마음을 놓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남한은 기계설비와 재료를 대고 북한은 평양에 인력을 투입해 공장을 돌려 하루 1만 개 이상 빵을 만든 뒤 북한 어린이들에게 먹여왔지만 이번 사태로 사업에 지장이 올까 걱정하고 있다. 이곳 배용한 본부장은 "어머니의 입장에서 굶주리는 아이들을 돕자는 생각에 시작한 사업"이라며 "이런 사태가 터질 때마다 이 사업이 계속될지 노심초사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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