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형마트 끊고 살기] <8.끝>에필로그

한달동안 시간·돈 아꼈죠…더 큰 人情도 얻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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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우먼 프로젝트-대형마트 끊고살기\'에 참가했던 체험단들이 한 달 동안의 프로젝트를 마치고 받은 온누리상품권(전통시장 상품권)을 들고 즐거워하고 있다. 가계 지출이 줄어 도움이 된데다 온누리 상품권 20만원을 받으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제공

이제 11월 한 달간 진행됐던 '슈퍼우먼 프로젝트-대형마트 끊고살기'가 막을 내립니다. 1일 한 달간의 힘겨운 프로젝트 수행을 완료한 12명의 체험단들을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실에서 만났습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지금까지의 소비패턴을 짚어보는 좋은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계속 대형마트보다는 시장을 이용하는 습관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소비가 미덕(?) 이젠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껏 대형마트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물건들을 아무 생각 없이 소비해왔습니다. 그렇다보니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물자가 풍부한(?) 나라에서 살아왔던 것이죠. 배지연(30·북구 읍내동)씨는 "지금까지 얼마나 무심결에 많은 제품들을 구매해왔는지 소비패턴 자체를 점검해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치약, 비누 등의 공산품은 마트가 싸다는 생각이 보편적인데요. 프로젝트 때문에 대형마트를 이용할 수 없게 되면서 집 구석구석을 뒤져보니 예전에 사놓고 쓰지 않은 제품들이 꽤 많더라는 것입니다. 지연 씨는 "이번 기회를 통해 낭비하지 않고 아껴쓰는 습관을 갖게 된 것 같다"며 "앞으로도 마구잡이로 카트에 제품을 쓸어담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함께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박선영·우유미(29·달서구 상인동) 씨는 이번 프로젝트를 누구보다 열심히 홍보했던 열혈단원이었는데요. 하지만 말로써만 이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털어놨습니다. 선영 씨는 "학생들에게 필요성을 이야기하면 고개를 끄덕이는데, 정작 학부모들의 행동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너무 아쉬었다"며 "신문을 읽는 많은 독자들도 똑같이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행동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 아니겠느냐"고 했습니다. 이들은 시간을 절약한 것이 가장 큰 이익이라고 했습니다. 마트에 가면 한 번에 10만~20만원어치씩 어마어마한 양의 물건을 사면서도 정작 g당 1, 2원의 가격차이까지 꼼꼼히 따지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하느라 장보는 데 2, 3시간은 족히 걸렸었는데요. 시장에 가면 얼굴을 마주하다 보니 통 크게 구매를 하게 되면서 오히려 장보는 시간이 30분으로 줄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선영 씨는 "지금까지 마트는 내게 다양한 물건을 싸게 공급해주는 고마운 존재라고 인식하고 있었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시장과 동네 가게들을 이용하면서 대형마트를 쳐다보니 그렇게 미울 수가 없더라"며 웃었습니다.

◆얼굴을 마주한다는 것은 바로 정을 나눈다는 것

프로젝트를 통해 가족간에 대화가 늘었다는 체험자도 많았습니다. 신미영(44) 씨는 "평소 말수가 많지 않았던 남편인데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에는 매일 저녁 지역경제와 골목상권에 대한 토론을 할 정도"라며 "남편이 자영업을 하면서 지역에서 느끼는 불이익이 너무 컸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김유정(30·수성구 범어동) 씨 역시 "남편이 나를 보는 이미지가 바뀐 것 같아 즐겁다"고 했습니다. 예전에 유정 씨는 '마트녀'였던 반면 남편은 늘 지구와 환경에 관심이 많아 '내복을 입어라' '난방비를 줄여라' '마트 이용을 줄여라'고 잔소리를 했다는군요. 유정 씨는 "남편이 흐뭇하게 바라봐주는 게 기분좋다"면서 "한 번 시장에 발을 들여놓기가 힘들었지만, 이제 한 달간 경험도 있는 만큼 앞으로도 시장에서 장보는 습관을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했습니다.

남성숙(53·북구 침산동) 씨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서문시장에 나가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식비는 줄었는데 커튼 구매비용이 더해지면서 오히려 가계부는 지난달보다 지출금액이 더 늘었다고 합니다. 성숙 씨는 "시장을 이용하면서 식비에 있어서는 정말 알뜰하게 살게 되더라"면서 "지난달 커튼 비용을 뽑으려면 앞으로도 계속 시장을 이용해서 가계 지출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최명희(32·경산시 옥산동) 씨는 "생각이 변하니까 행동도 자연스럽게 변하더라"면서 "프로젝트를 하면서 친환경 식품에서부터 환경에 대한 의식, 대기업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장 상황 등에 대해 눈이 넓어지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매달 카드사용액이 60만원 정도로 20만원 정도의 공과금을 뺀 나머지 금액은 온전히 마트에서 쓰는 금액이었다는 명희 씨는 이번 달 카드명세서에는 딱 공과금 20만원 뿐이더라고 했습니다. 이제는 가끔 대형마트에 가게돼도 시장과 충분히 비교해서 구매하지 1+1이라고 해서 막 주워담을 것 같지는 않답니다.

제갈민(46·동구 지묘동) 씨는 "이제야 동네 주민이 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민 씨는 가장 열심히 동네 상점을 누빈 체험단 중 한 명이었는데요. 동네 가게 주인들과 안면을 트고 인사를 나누게 되면서 요즘은 길거리를 지나다니면서 인사하느라 바쁠 정도라고 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좀더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정을 나누자고 마음먹었던 정경준(51·수성구 만촌동) 씨는 프로젝트 마지막 주, 십몇 년 만에 목욕탕에 가서 낯 모르는 이웃과 등 밀어주기를 시도했습니다. 경준 씨는 "얼굴을 마주보는 것이야말로 인간에 대한 예의가 차려지는 행위"라면서 "앞으로도 이런 점이 좋아 시장을 이용할 것 같고, 이곳에서 만난 체험단 12명도 앞으로 어느 시장에서 우연히 얼굴을 마주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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