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원이 엄마'

슈베르트의 미완성교향곡은 그야말로 미완성이기 때문에 유명하다. 미완(未完)의 완숙함이랄까. 두 악장만으로도 충분하니 다른 어떤 피날레를 덧붙인들 군더더기가 될 뿐이다. 왜 미완으로 남겼는지에 대한 자세한 사연은 알 수가 없으나 천재적인 직관을 가진 슈베르트가 이미 그것을 간파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슈베르트의 미완성교향곡은 형식적으로만 미완성일 뿐 그 자체만으로도 완전한 걸작이다. 슈베르트의 음악을 사랑했던 브람스가 "양식적으로는 분명 미완성이지만, 내용은 결코 미완성이 아니다"란 찬사를 보냈을 만큼 사람의 영혼을 끝없는 사랑으로 휘어잡는 멜로디를 지니고 있다. 음악뿐이 아니다. 세상에는 미완이어서 더 애틋하고 고귀한 일들이 많다. 삶이 그렇고 사랑도 그렇다. 못다 한 사랑이어서 영원한 사랑 이야기가 양반 선비의 고장인 경북 안동에도 있다.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내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원이 엄마'의 한글 편지다. 안동대 박물관에 가면 어느 양반가 부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450년 세월을 뛰어넘어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병든 남편의 쾌유를 기원하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섞어 만든 한 켤레의 미투리와, 서른하나에 세상을 떠난 남편의 가슴 위에 얹어 함께 묻었던 애절한 필치의 편지 한 장이 몸과 마음을 저려온다.

원이 엄마의 편지를 소재로 소설 '능소화'가 출간됐고, 영화 '우리 만난 적 있나요'가 지난주 안동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또한 오페라 '원이 엄마'가 1, 2일 대구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다시 올랐다. 사무치게 그리워 부르는 사부곡(思夫曲), 세계인을 울린 450년 전의 애절한 사연, 미완성이어서 영원한 사랑의 노래, 안동발 미완성교향곡 '원이 엄마'에 저물어가는 가을도 저만치에 서있다.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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