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도시철도 3호선 '궤도빔' 제작현장 가보니…

1개 무게 100t…성능 불량 땐 개당 5천만원짜리도 바로 폐기

지난달 21일 시제작에 들어가 완성된 궤도빔 2개. 내년 3월 말까지 충북 청주 충청대학에서 파괴검사 등 성능시험을 거친 뒤 합격 평가를 받으면 내년 5월부터 본제작에 들어가게 된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지난달 21일 시제작에 들어가 완성된 궤도빔 2개. 내년 3월 말까지 충북 청주 충청대학에서 파괴검사 등 성능시험을 거친 뒤 합격 평가를 받으면 내년 5월부터 본제작에 들어가게 된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시험제작이라고 해서 허투루 만들면 안됩니다. 안전이 최우선이니까요."

1일 오전 대구 서구 이현동 서대구화물터미널 남쪽에 자리 잡은 대구도시철도 3호선 궤도빔 제작장. 지난달 21일 시험제작에 들어간 궤도빔은 열흘 만에 야외적재장에 위용을 드러냈다. 가로 85㎝, 세로 1.8m, 길이 11~30m의 궤도빔은 모노레일 전동차가 달리는 길. 내년 3월 말까지 있을 시험기간을 거쳐 내년 6월부터 3호선 교각 위에 앉게 된다.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가 궤도빔 시험제작에 본격 돌입했다. 국내 최초 모노레일 궤도빔 제작장이 된 서대구화물터미널은 도시철도 3호선 궤도빔 1천316개를 생산할 준비를 마쳤다. 이곳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시험제작 기간이지만 오차 없는 궤도빔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21일 시제작에 들어가 완성된 궤도빔은 겉으로 보기에 일반 콘크리트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제작 관계자들은 "원자력발전소 외벽 수준의 강도로 제작된 궤도빔은 1㎤당 450㎏의 하중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제작됐다"며 "궤도빔은 전동차 3량에 만원 승객이 탔을 경우 지탱해야 할 110t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일반 아파트 콘크리트의 강도가 240~270㎏/㎤인 것을 감안하면 2배 가까이 강하다는 것.

궤도빔 제작장에서의 작업은 미리 준비해 둔 철근을 가공하고 콘크리트를 부어 양생(굳히기)하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궤도빔 제작장 내 2개의 몰드(궤도빔 제조 거푸집)가 있어 한꺼번에 2개를 만들 수 있지만 콘크리트가 굳는 과정이 길어 최대 생산량은 2.5개 수준.

궤도빔 제작을 맡은 유니슨컨소시엄 길태호 소장은 "궤도빔의 규모가 11~30m로 크고, 무게도 100t에 가까워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더라도 하루 2~3개를 만드는 게 최대 생산량"이라며 "양생 시간이 19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궤도빔 제작 과정을 들여다보니 소량 생산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선 철근으로 된 궤도빔 받침을 깐 뒤 촘촘한 철근으로 구성된 궤도빔 뼈대를 이었다. 궤도빔의 기본이 되는 철근은 13~22m짜리로 철근 무게만 6.8t이었다. 뼈대가 완성되자 튼튼한 궤도빔 제작을 위해 다시 내부 거푸집을 넣었다. 모든 과정에서 현장 인부들의 속도는 더뎠다. 그만큼 세밀하게 해야 오차가 적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한목소리였다. 이들은 "이런 일련의 과정이 끝나야 비로소 콘크리트를 붓는다"며 "궤도빔 1개를 만드는 데 드는 돈은 5천만원가량이지만 파괴시험 등 성능검사에서 불합격하면 바로 폐기해야 한다. 시민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콘크리트를 붓는 데도 4시간이 걸린다. 34㎥ 부피에 들어가는 시멘트의 양은 40㎏들이 425포대 분량. 천천히 붓지 않으면 기포가 생겨 궤도빔 표면이 거칠어지기 때문이다. 궤도빔 제작의 하이라이트인 양생도 쉽지 않다. 55℃에서 15시간, 40도에서 4시간 동안 콘크리트를 굳혔다. 1개의 궤도빔이 나오기까지 거의 24시간이 걸렸다.

김문화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 건설1과장은 "궤도빔은 2012년 7월까지 꾸준히 생산돼 계명네거리~궁전맨션삼거리 구간에 가장 먼저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며 "안정된 승차감과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최종 준공 때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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