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때문에 지역 제직업계가 다 죽을 판입니다."
대구에서 제직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인형(가명·50) 씨의 한숨 섞인 말이다. 김 씨는 "재벌 기업이 뭐가 아쉬워 영세 중소기업 밥줄까지 끊어 놓으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태광산업의 제직기기 증설은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과 동떨어진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섬유대기업인 태광산업의 제직시설 증설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지역 섬유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부족한 섬유기능인력 대거 이탈이 불가피한데다 기존 중소업체의 직물 수출액이 반토막 날 거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 게다가 태광산업이 대구경북의 주력 생산품인 '로브' '아바야' 등을 생산해 중동시장을 공략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불안감은 섬유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역 섬유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경주 공장에 제직기 600여 대를 증설할 계획이다. 하지만 태광산업이 원안대로 제직기를 늘리고 대구경북의 주력 생산품을 만들 경우 지역에서 한해 1억5천 야드(3억달러) 안팎을 생산하는 수출량이 반으로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동수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 회장은 "태광산업이 증설 제직기를 이용해 어떤 품목을 생산할지는 모르지만 태광산업의 진출만으로도 지역 제직업계는 고사위기에 처하게 된다"며 "지역 제직업계가 영세하고 섬유 기능공도 현재 20%나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려감은 섬유업계 전체로 번지고 있다. 섬유협회와 대구경북섬유직물조합은 최근 이사장 공동 명의로 태광산업에 항의 공문을 보내 제직기 증설 계획을 철회해 줄 것을 요구하는 등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청에 제소하는 것은 물론 업계 대표들의 서명을 받아 계획을 저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의열 섬유직물조합 이사장은 "벌써 업계에선 '태광이 제직기를 1천 대까지 늘리려고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다"며 "대구 섬유업계 차원에서 해결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태광산업 측은 "제직기 증설이라기보다는 경주 섬유공장의 노후 시설교체에 불과하다. 이때 약간의 기계를 늘린다는 계획은 있지만 구체적 상황을 알려줄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태광산업은 얼마전 비자금 의혹이 불거진 태광그룹의 한 계열사며 태광그룹은 석유화학 및 케이블TV 1위회사인 티브로드를 중심으로 계열사 52개를 거느리고 있는 재계 40위 기업집단이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검찰, '尹 부부 사저' 아크로비스타 압수수색…'건진법사' 의혹 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