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두 얼굴의 대형마트] ⑥<끝>지자체가 나서라

유통법·상생법도 SSM 막기엔 구멍 숭숭…대기업 규제 실효성 있는 조례

수년간 진통을 거듭했던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서 여전히 상인들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기습 개점을 막기 위해 순번을 정해가면서 밤샘 보초를 서는 등 몸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법과 상생법이 영세상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상인들은 지자체에 실효성 있는 조례 제정과,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감시·감독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아직도 계속되는 갈등

지난달 대전에서는 시의원이 자신의 건물에 SSM이 입점할 수 있도록 건물을 임대해 논란이 인 가운데, 해당 SSM인 킴스클럽마트 법동점이 대전시의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무시하고 개점을 강행해 중소상인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킴스클럽마트의 행위는 인근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무시하고 자사 이익만을 위해 자치단체의 행정력까지도 무력화시키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전통시장 반경 500m 안에 SSM의 입점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의결, 공포일에 맞춰 관련 법률을 비웃기라도 하듯 개점했다"고 비난했다.

지난달 8일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광주 북구 우산동에 기습 개점해 파문을 일으킨 데 이어, 풍암동에서도 같은 문제로 주변 상인들과 SSM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SSM을 통해 서민 상권을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 유통 대기업들은 매년 매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 조승수(진보신당)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GS슈퍼, 롯데슈퍼 등 SSM의 매출액은 2006년 1조1천792억원에서 2009년 2조5천426억원으로 약 2.1배 증가했다.

또 영업이익은 2006년 194억5천400만원에서 2009년 587억7천200만원으로 3.2배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이들 SSM의 매출액은 1조3천922억5천만원으로 전년도 실적을 뛰어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중소기업중앙회가 SSM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전국 3천144개 점포를 조사한 결과 2009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인근 상인들의 매출액은 평균 48% 감소했고, 고객 수는 51% 줄었다. 상인들의 매출 피해액은 시·도별로 충남이 68%로 가장 높고 부산 63%, 대전 55%, 인천 54%, 대구·광주·경남 53%, 경북 49%, 서울 45% 등의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인들의 불안감도 여전해

지난달 10일과 25일 유통법과 상생법이 각각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상인들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상인들이 불안해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쌍둥이 법'의 효력이 실제로 출점을 막기에는 부족하다는 점 때문이다. 상생법 개정안만으로는 사업조정제도를 회피하기 위한 '도둑(기습) 입점'을 막을 수 없고, 유통법의 경우도 전통시장 인근만 제한하기 때문에 골목상권은 'SSM의 사냥터'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이로 인해 전국 1천550개 전통시장 중 20%에 가까운 미등록시장은 지자체가 나서지 않는 이상 유통법의 혜택을 받지 못할 실정이다. 특히 골목상권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개점 비용을 51% 이상을 부담하는 경우에만 사업조정 신청이 가능하도록 해둔데다가, 사업조정 역시 강제력이 미약해 대기업들이 이에 불응한다고 하더라도 제재할 만한 방법이 없다. 이런 이유로 인천과 대전, 광주 등에서는 '도둑 개점'과 '간판 바꿔치기' 등의 편법 개점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구·군 조례에 '사전출점예고제'와 '상권영향조사제'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사전출점예고제란 대형유통기업의 입점지역과 시기, 규모 등을 사전에 예고함으로써 인근 소상공인에게 사업조정신청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구·군에서 대형유통기업 측에 입점 계획에 대해 사전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제도다. 상권영향조사는 대형유통기업의 개설등록신청서가 접수될 경우 필요하면 구·군이 상권영향조사서 제출을 요구해 등록 적합 여부 검토자료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지자체 적극적으로 유통대기업 감시 나서야

대구시는 지난 7월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지역 기여 문제가 불거지자 3일 동안 '벼락치기' 조사를 통해 유통업체의 실태를 조사했다. 하지만 워낙 급히 진행된 조사다 보니 조사 내용은 형편없었다.

대형마트의 고용인원과 고용의 형태에 대한 점검은 아예 빠져있었고, 대형마트의 지역제품 구매 실적 역시 터무니없이 부풀려져 있었다. 대구시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지역제품을 구매하는 비율은 31%에 달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계산법에 의한 것일 뿐이었다. 대구 지역 대형마트의 한 해 매출액 대비 전국 대형마트를 통해 팔려나가는 대구지역 제품을 따졌기 때문에 이처럼 엉터리 같은 높은 수치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 전국에서 대형마트가 올리는 매출 대비 지역 제품 구매 비중은 고작 1.5%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상인과 시민단체들은 영세 상인들과 대형마트의 상생을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안재홍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처장은 "지자체의 감시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형 마트의 영업활동을 철저하게 감시하는 한편, 24시간 영업 제한과 실효성 있는 유통·상생법안의 조례 마련 등이 필요하다"며 "돈이라면 뭐든 다 한다는 대기업의 횡포를 규제할 만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상 지자체밖에 없지 않으냐"고 강조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취재단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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