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요 초대석] 류성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

"대구, 올 구미취수원 예산 한 푼도 못써"

류성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요즘 과천청사가 아니라 국회로 출퇴근한다. 새해예산안의 법정처리시한을 넘긴 2일에도 그는 국회 예결위원회 계수조정소위 회의에 참석하느라 자정을 넘겨서 퇴근했다. 예산안 심의가 시작되면서 아예 국회에 임시사무실도 마련했다. 여야가 합의한 예산안 처리시한인 8일까지는 꼼짝없이 국회를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예산실장으로 예산안을 심의한 데 이어 2년째다. 8월 예산과 재정담당 차관으로 승진, 정부예산안과 재정정책, 공공정책, 국고업무에서 기재부 살림살이까지 다 맡게 됐지만 가장 중요한 업무가 예산이다. 개별사업 심의는 예산실이 하지만 정부 전체의 예산 기본방향은 장·차관이 해야 할 역할이기 때문이다.

류 차관은 2011년 예산안을 '서민희망예산'으로 규정했다. "금융위기이후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지만 그 온기가 서민에게 확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포함, 노인과 청소년, 장애인,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특히 서민층에 최고의 복지인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뒀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보육지원예산이 크게 늘어난 점을 강조했다. 상위 30%를 제외한 모든 계층에게 어린이집 아동 보육료를 지원하고 보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맞벌이 가정에 대한 지원을 늘렸다. 일반계보다 저소득층이 더 많은 전문계고교 학생들에 대한 학비를 전액 지원한 것도 내년 예산에서 두드러진 점이다.17만 가구에 이르는 다문화가정에 대해서도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보육비를 지원하는 등 지원규모를 확대했다.

연평도 피격사건 이후 국방관련 예산의 증액에 대해서도 류 차관은 신경을 쓰고 있다. 국방부가 재정부와 관련예산을 협의하고 있는데다 국회차원에서도 이미 국방위의 심의를 거친 국방관련예산이 예결위에서 소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예결위에서 재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이면서도 막강하다. 예산을 심의·확정하는 권한을 국회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는 예산을 삭감할 수는 있어도 마음대로 증액할 수는 없다. 신규사업을 추가하거나 증액할 때는 반드시 재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국회가 증액을 의결해도 재정부가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승인해주지 않는다면 증액은 불가능하다.

국회가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류 차관은 "아쉽기는 하지만 하루빨리 예결위 계수소위에서 여야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협의를 마쳐 6일로 예정된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확정, 정부가 예산집행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경북고와 경북대를 졸업한 류 차관은 지역현안에도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지역사회에 알려져 있다. 그는 "어느 지역이든지 (예산과)재정정책이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렇다고 특정지역을 드러내놓고 도와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신 그는 식수원 확보를 둘러싸고 빚어지고 있는 대구시와 경북도 및 구미시와의 갈등 때문에 지난해 배정된 예산을 한 푼도 쓰지 못했다고 지적하는 등 물 문제에 대한 보다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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