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안동은 전쟁터를 방물케 해요. 곳곳에서 구제역이 터지면서 행정력이 마비될 지경입니다. 이런 때에 우리 축산농들이 스스로 동네 방역과 구제역 차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죠."
지난달 29일 안동 와룡 서현양돈단지에서 최초로 발생한 구제역이 발생 1주일째를 맞아 30여 곳으로 늘어나고 안동을 벗어나 인근 예천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축산농들 스스로 구제역이 마을로 유입되지 못하도록 동네 방역과 차단에 나섰다. 특히 축산농들은 매몰작업에 직접 참여하는가 하면 공무원들조차 마을 현장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등 눈물겨운 자구 노력을 벌이고 있다.
안동지역 최대 한우 집산지인 학가산 자락의 안동 서후면 대두서리, 자품리, 창풍리, 백현리, 천지리 등 5개 마을 주민들은 3일부터 마을로 들어오는 3곳의 진입로를 차단, 구제역 유입을 막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 방역반과 차단반 등 구제역 대책조직을 꾸리고 십시일반 기금도 모았다. 동력 살포기를 설치하고 안동시로부터 지원받은 약제로 마을로 들어오는 차량과 사람들을 일일이 방역하고 있다. 이 마을에는 80여 농가에서 한우 4천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이들이 스스로 구제역 차단에 나선 것은 이날 직선거리 1km 남짓한 산 넘어 동네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자칫 수십년을 일궈온 생계 터전이 하루 아침에 폐허가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 마을 축산농 김용식(58·서후면 대두서리) 씨는 "내가 일평생을 함께해 온 50여 마리의 소를 구제역으로 손도 못쓰고 허무하게 보낼 수 없다. 우리에게 소는 함께 생활하면서 일생을 바쳐온 가족같은 존재다"라며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 마을로 구제역이 전염되는 것은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마을 남쪽 진입도로에 대형 농기계인 트랙터로 차량진입을 막아놓고 동력 약제 살포기로 철저한 방역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마을을 빠져 나오기는 쉽지만 들어가기 위해서는 철저한 방역과 소독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마을 북쪽 진입로인 북후면 신전리에는 도로를 중장비로 파헤쳐 차량 통행을 막았으며, 동쪽인 서후면 이계리 도로에는 안동시의 도움을 받아 대형 덤프트럭으로 실어온 흙으로 막아 차단해 놓고 있다.
축산농 김통진(53·서후면 대두서리) 씨는 "축산은 우리 마을의 가장 큰 생계로,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생활터전을 잃고 뿔뿔이 흩어져야 할 상황"이라며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축산농으로서는 전쟁이 일어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 스스로 차단에 나서야 조속히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사)대한양돈협회 안동시지부 소속 축산농들은 6일 그동안 공무원들이 도맡아 오던 가축 매몰작업에 참여해 서후면 성곡리에서 돼지 1만2천여 마리의 매몰작업에 나섰다.
또 예천 구제역 발생지에서도 주민 스스로 매몰작업에 나서면서 "공무원들이 투입되면 구제역이 외부로 확산될 수 있다"며 공무원들의 참여를 말리고 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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