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도시에 비하면 대구는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도시철도 3호선 공사가 한창인 구간을 제외하면 건설 현장이 별로 없다. 낙동강 살리기 공사가 막바지 피치를 올리고 있지만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도심에는 텅 빈 아파트, 공사가 중단돼 몇 년째 나뒹구는 나대지, 이런 것들이 지역경제의 현실이다. 사실 250만 명이 사는 '메트로시티'라면 매년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변해야 한다. 그러나 아파트 미분양이 넘쳐나는 지금, 당분간 대구에서 이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사정이 이러하니 "대구에서는 일거리가 없다"며 지역 건설 업체들이 아예 외지로 눈을 돌린다는 소식이다. 수도권이나 포항, 구미, 울산 쪽으로 일거리를 찾아 나선다고 한다.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얘기는 그야말로 구문(舊聞)이 된 지 오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지역 백화점들이다. 지역 백화점이 최근 실시한 겨울 정기세일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의 높은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고 한다. 아웃도어, 모피류, 여성 의류 등은 거의 30% 가까이 상승했다고 한다. 대구 경제 양대 축의 하나인 건설이 바닥을 기고 있는데 백화점 매출이 이토록 늘었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재미있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액면적으로 보면 생산이 부실하면 소비가 줄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어렵다, 어렵다' 하면서도 소비가 느는 것은 수입이 있다는 증거다. 이를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에서 해답을 찾아본다. 부의 효과는 생산이 늘지 않아도 자산 가치가 증대하면서 소비가 느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과 주식이다. 부동산은 이미 거덜이 났고 요즘은 주식이 대세다.
대구는 '묵은 경제'의 특성상 거부(巨富)는 거의 없고 소부(小富)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따라서 '부의 효과'도 타 지역보다 크다. 자연히 소비 여력도 높아진다. 문제는 이런 '부의 효과'가 산업 일반에 재투자되지 않고 거의 소비로 탕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는 되지 않고 부의 효과만을 즐기는 도시, 바로 전형적인 소비도시다. 두말할 것도 없다. 민간 투자를 유인할 주력 산업이 없다는 것이 원죄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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