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틀어진 대구·경북도 대체 무슨 일이…

"형님" "동생" 찰떡궁합 과시 했었는데

의좋은 형제가 있었다. 그러나 땅 문제 앞에서 형제간 우애가 없었고 급기야 소송까지 빚어졌다. 재판 결과 법원은 땅을 팔아생긴 돈을 절반씩 형제끼리 나누라고 명령하기에 이르렀다.

TV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지만 이는 '형님, 아우님'하며 우애가 돈독해 보였던 대구시와 경상북도 사이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대구시는 1995년 달성군 편입으로 행정구역이 경상북도에서 대구로 넘어온 지역에 있는 도 소유 토지 중 일부인 2백여필지를 넘겨받지 못했다. 10여년째 경북도에 땅 소유권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 게다가 도는 몇 년 전 소유권을 이관하지 않은 달성군 41필지의 땅을 91억원에 팔아버렸다. 이에 시는 지난해 말 도를 상대로 대구지법에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을 냈다. 올해 9월 법원은 도가 챙긴 매각대금 중 46억여원을 시에 돌려주라며 강제조정 결정이 났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공조 전선에 균열 조짐에 대한 지역민들의 우려감이 높다. 그동안 '형님, 아우님'하며 '찰떡궁합'을 과시해 다른 지자체의 부러움을 샀던 터라 더하다.

달성군 편입지를 둘러싼 대구시와 경북도 간의 소송은 이 같은 사례 중 하나다.

특히 경상북도의회가 대구경북연구원 내년도 지원예산 전액을 삭감한 데(본지 6·7일자 1면 보도)에 대해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경북도의회는 3일 기획경제위원회 상임위 예산심사를 열고 대구시와 공동 출자한 대구경북연구원 내년도 지원예산 30억원 전액을 삭감하기로 했다. 대구경북 상생 기조의 상징이었던 대구경북연구원에서 '경북' 글자가 없어질 위기다. 경북도와 도의회는 경북연구원을 따로 설립하자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다. 경북도는 대구와의 경제통합 1호사업으로 추진한다며 대구EXCO에 100억원 출자를 약속했지만 2년이 지나도록 이를 실행하지 않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오해에서 비롯된 조그마한 감정 싸움이 크게 번져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김관용 지사와 김범일 시장은 지역 현안에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상생협력'의 모델을 만들어왔다. 공동사업을 따내거나, 서로 협조가 필요한 때도 "형님, 아우"하며 멋드러진 호흡을 과시했다.

하지만 '의좋은' 형제의 모습은 많이 퇴색한 듯하다. 지역 한 인사는 "의좋은 형제와 싸우는 형제 중 어떤 형제가 잘 살지 결말은 뻔하다. 서울 등 다른 지자체와 경쟁하기도 벅찬 지금 대구경북이 감정싸움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다. 다른 지자체의 부러움을 샀던 그때 그 시절의 대구시와 경북도로 돌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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